자그마한 책방 사장님

규칙적인 무감정의

by 김민중

여느 날처럼, 눈꺼풀을 벌리기도 전에 요정이 나오는 램프라도 된 듯 폰의 액정을 문지른 날이었다. 쓸데없이 감정적이고 누구도 원할 리 없는 끈적한 뜨거움이 묻은 인스타그램의 글들을 보며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는 혼자만의 못된 험담을 몇 차례 입에 담은 탓인지, 내 험담을 일러바쳤다며 의기양양한 얼굴을 한 알고리즘은 더더욱 글과 책에 대한 게시물들을 내게 내밀었다.

사랑이란 거창함을 입과 손에 올릴 수 없는, 규칙적인 무감정의 살소리처럼, 뭉툭하고 생채기가 많은 엄지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꾹, 꾹꾹 눌러댔다. 아침의 루틴이라도 해결한 듯 몸뚱이를 일으키려는 찰나, 자그마한 책방을 운영한다는 어떤 낯선 이에게 메시지가 왔다. 통행료라도 납부하는 것인지 몇 초 전 내 최근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내 계정에 팔로우를 한 참이었다.

'안녕하세요, 민중 님', '네, 안녕하세요' 텍스트임에도 헐레벌떡 넘어가는 호흡과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느껴지는 인사를 주고받았다. 형식적으로 더 나누어야 할 인사마저도 거추장스러웠는지, '그녀(예상이다. 게시물들을 몇 개 본 뒤)'는 나에게로 하여금 안타까움과 역겨움을 헷갈리게 하는 본론을 바로 꺼냈다.

'조그만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아프셔서 병원비로 쓰느라 책방 월세와 생활비가 없어서요.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세상을 잘 살아가려면 이런 인간을 몇 번이나 더 마주쳐야 할까, 정말 어려운 사람일까? 내 도움이 없다면 뉴스에서 안 좋은 소식으로 맞닥뜨리게 될까? 등등의 얄팍한 생각보다 내 손가락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아니, 양손의 엄지가 이런 일에 전문이라는 듯 뭉툭하게 나섰다.

'다짜고짜 얼굴도 모르는 분께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돈을 입금할 수는 없습니다. 신뢰도 친분도 의미도 없습니다. 인스타그램이라고는 하지만 예의도 경우도 없다고 느껴지네요'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으나 이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자그마한 책방 사장님'은 메시지 확인과 차단이 재빨랐다.

인간에게, 그리고 가장 애석한 '나'라는 인간에게도 신물을 잔뜩 느끼고 있던 도중 이런 '자그마한' 경험은 내게 더 큰 체념과 허무로 굽이치고 구불댄다. 타인의 불행함과 그늘을 소망하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종교인일 때 많이 해보았기에, 지금은 그저 자그마한 책방 사장님의 절도 미수였기를, 작은 어려움에 흔들리다 내뱉은 과장된 불행이었기를 바란다.

굽이치고 구불대는, 내 그늘의 요동도 잠시였다. 다시, 다시 규칙적인 무감정의, 그런 소리를 내며 하루에 얼굴을 파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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