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말라가는 땅을 모른 척했다

by 김민중

그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를 여럿 실패한다. 세는 것이 따분해질 횟수만큼 실패하고서야 따분한 성공을 한다. 무언가, 누구를 좇듯, 집안을 천천히 조바심 있게 헤엄친다. 전에 물어봤는데 그리워하는 건 없다고 했다. 그 말을 마치자마자 입술에 가뭄이 들었다. 그는 가뭄 드는 땅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다. 말라가는 땅을 모른 척했다. 그는 괴상한 표정을 찰나에 짓다가 이내 거두고 커피를 내렸다. 구역감을 느낀 것 같다. 또 죽어간다는 철학과 그렇지만 살아가야 한다는 삶의 전언이 엉켜 위장을 건드렸을 것이다. 내린 커피를 세척용액처럼 연거푸 홀짝인다. 깨끗해져라, 깨끗해져라. 오장육부와 얽힌 희망과 절망이 듣기를 바라는 듯. 꽉 찬 일정만큼이나 게워내고 싶은 게 한 바가지이다. 아, 그럴 것이다. 순간은 거대하고 시간은 쥐의 주둥이처럼 약삭빠르다. 쥐만 쫓고 싶다. 거대한 순간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거대해서 그늘만으로도 나를 짓누른다. 남은 커피를 표정 없이 홀짝인다. 적당히 쌉싸름해 입안에 잠시 머금는 찰나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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