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는 땅을 모른 척했다
그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를 여럿 실패한다. 세는 것이 따분해질 횟수만큼 실패하고서야 따분한 성공을 한다. 무언가, 누구를 좇듯, 집안을 천천히 조바심 있게 헤엄친다. 전에 물어봤는데 그리워하는 건 없다고 했다. 그 말을 마치자마자 입술에 가뭄이 들었다. 그는 가뭄 드는 땅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다. 말라가는 땅을 모른 척했다. 그는 괴상한 표정을 찰나에 짓다가 이내 거두고 커피를 내렸다. 구역감을 느낀 것 같다. 또 죽어간다는 철학과 그렇지만 살아가야 한다는 삶의 전언이 엉켜 위장을 건드렸을 것이다. 내린 커피를 세척용액처럼 연거푸 홀짝인다. 깨끗해져라, 깨끗해져라. 오장육부와 얽힌 희망과 절망이 듣기를 바라는 듯. 꽉 찬 일정만큼이나 게워내고 싶은 게 한 바가지이다. 아, 그럴 것이다. 순간은 거대하고 시간은 쥐의 주둥이처럼 약삭빠르다. 쥐만 쫓고 싶다. 거대한 순간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거대해서 그늘만으로도 나를 짓누른다. 남은 커피를 표정 없이 홀짝인다. 적당히 쌉싸름해 입안에 잠시 머금는 찰나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