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결심'이 아니라 '방심'에서

한껏 방심해보고 싶어

by 김민중

'혹시 휴가 다녀오셨나요?'

물고기가 숨을 쉬기 위해 바다를 찾는 것 마냥 매일같이 들르는 북카페에 자그마한 팻말로 적힌 질문이다. 며칠을 슬쩍슬쩍 눈길만 주다가 어느 날은 용기가 불쑥 튀어올라 팻말 앞 의자에 앉아 준비된 메모지에 글을, 아니, 내 생각을 적어댔다.


굳이 질문과 반하는 답변을 쓰고 싶진 않았으나, 전 아직 휴가를 다녀온 적이 없습니다. 회사를 다닐 때에 왜 이렇게 휴가를 쓰지 않냐며 꽤 많은 잔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이번 여름은 유독 길고, 덥고, 공허하고 벅찬, 그런 여름이었습니다. 제게는 그랬습니다.

업을 바꾸고 싶어 고민이 많았지만, 다시금 원래 하던 업을 해야 할 것 같네요. 나름 큰 변화를 꾀해봤으나 실패한 만큼, 올해 안에는 짧게라도 혼자 여행을 해보려고요. 겁도 걱정도 부담도 많아 떠나지 못한 여행이었는데,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결심'이 아니라 '방심'에서 온다는 말이 요즘 좋아서요. 한껏 방심해보고 싶어 올해 안에는 여행을 가보겠습니다.

여행을 떠날 엄두도 못 내는 제게 소소한 여행 같은 공간을 늘 친절하게 내주시는 포러리에 감사를 전합니다. 항상 여행 출발길에 오르는 마음으로 포러리를 오가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건강하시고, 건강합시다.


이따금씩은, 어느 정도의 걱정이 서렸는지 모를 주변의 말보다 스스로 한숨처럼 내뱉은 나약한 기도가 더 살아갈 동기와 힘을 주기도 한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 느낀다. 뱉은 게 한숨이든 가래침이든 깨끗한 호흡이든, 우리, 아니, 나한텐 내뱉는 것이 조금 더 중요하다. 무게감을 잔뜩 실어 꾹꾹 눌러댄 글은 아니었으나 내가 내뱉은 숨이 너무 빠르게 흩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한껏 방심해보고 싶은, 얼마 남지 않은 올해의 바람을 옮겨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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