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이 제일 어려운 마케터 1

5년 차 마케터라고 소개합니다.

by 김민중

"마케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힙합 음원 거래 플랫폼 스타트업에서 사내이사이자 1인 마케터로 3년, 종합 홍보 대행사에서 마케터로 1년 6개월, NGO 관련 인하우스 기업에서 그로스 마케터로 8개월을 근무한 나에게, 아직도 종종 귀에 들리고 입술에 맺히는 말이다.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땐 무게감이 덜해 어떻게든 있어 보이는 단어들을 붙여가며 대답하기 바빴지만, 수십 차례, 혹은 수백 차례를 접하게 되니 이만큼 무게감이 버거운 단어가 또 있을까 싶다. 저 문장 안에 마케팅이라는 단어가 들어있지만, 문장처럼 마케팅도 그렇다. 처음에는 가볍고 재밌게 느껴지지만 알면 알수록 그렇지 않다. 마케팅은 어렵고, 정답도 오답도 없으며, 중요하다.

타인에게 무언가를 설명할 때 스스로에게 제일 공부 효과가 좋다고 한다. 누군가한테 무언가를 설명하려면 이리저리 휘날리는 정보들을 정리해야 하며, 정리한 정보를 다시 알아듣기 쉽게 정제해야 하는 작업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누군가한테 마케팅이라는 것을 설명할 정도로 뛰어난 역량이 있다고 스스로를 평가하진 않지만, 이기적이게도 스스로에게 조금이나마 공부 효과를 부여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이렇게 글에 마케팅과 내 경험을 담겠다는 결정을 하게 됐다. 퍼포먼스 마케팅 흉내를 내기 위해 며칠 동안 밤샘 구글링을 해본 경험, 고객의 솔직한 피드백을 듣기 위해 한분씩 전화를 걸며 하루를 홀랑 보낸 경험, 클라이언트 또는 회사 임직원과 언성을 높이다가 분을 못 이기고 나가서 바람을 쐐야 했던 경험, 광고 효율을 위해 광고 담당자와 통화를 붙들다가 개인적으로 친해진 경험 등등 역량이 부족해 남들보다는 조금 더 시간과 체력을 써야 했던 내 경험과 기억이 단 한 명에게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앞으로 마케팅에 관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단 한 명에게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내게 마케터로서의 가장 큰 보람일 것 같기도 하다는 행복한 예상을 여기 둔다.




20대 중후반쯤이 그랬다. 대통령, 과학자, 우주인, 연예인, 국어 선생님, 역사학자 등등과 같이 순수한 동심과 동경은 서서히 잊거나 감추고, 현실이라는 렌즈에 비추어 자신의 진로이자 돈벌이를 고민하며 입 밖으로 꺼내게 되는 때. 주변은 자격증과 인턴, 학점, 공모전으로 진로를 구체화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때쯤의 나는 발표에 자신감이 있었기에 발표 수업으로 시간표를 꽉 채웠고, 타인들하고 어렵지 않게 장난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통해 스스로를 마케팅이라는 직무에 아주 걸맞다고 진단을 내렸다. 물론, 이런 허무맹랑하고 단순한 이유로 스스로에게 마케팅이 제격이라고 판단을 내린 이때를, 지금은 간혹 마음속에서 질타하고 꾸중을 내린다.

마케팅과 관련된 정보들을 귀에 담으려 하던 건 대학교 3학년 때부터였다. 귀에 담으려 했다는 표현을 쓴 건 바로 뛰어들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나름 마케팅이라는 직무와 진로를 결정하기 전에는 학업에 정말이지 관심이 없어 학점이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군대를 전역한 직후 대학교 2학년으로 복학해 들어간 경영연구반에서 담당 교수님께 이렇게 학점 낮은 학생을 뽑으면 어떡하냐는 질책을 들었을까. 좋으나 싫으나 무언가에 집중을 하니 시간은 흘러갔고 학점도 겨우 자신의 모습을 찾아갔다.

진작 갖췄어야 할 대학생 다운 모습을 대학교 4학년쯤이 돼서야 입게 되자, 우연찮게 한 교수님께 광고 대행사에서의 인턴 활동을 제안받았다. 말재주도 없던 나에게 끊임없이 향후 진로를 질문해 주시고, 혼자만의 감성에 빠져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에세이처럼 써간 내게 글 솜씨가 남다르다며 칭찬해 준 교수님이셨다. 광고 대행사에서의 인턴 활동은 실무에 대해 두려움과 기대감이 동시에 부풀어 오를 대로 부풀어 오른 내게는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고(그러나, 당시에는 우유부단함이 심해 교수님께 한동안 결정 보류를 하곤 했다), 난 그곳에서 마케팅 실무를 약 5주 간의 출퇴근을 통해 간접적이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기간 중 들었던 이야기가 앞서 먼저 소개한, "마케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였으며, 20대 중후반에 들었던 이 이야기를 난 아직도 귀와 입에 올리곤 한다.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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