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이 제일 어려운 마케터 2

컨텐츠와 콘텐츠

by 김민중

이 글을 쓰며 잠시 돌이켜보면, 광고 대행사에서의 인턴 생활은 두려움과 무지의 과잉이었다고 말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대학생이기에 마케팅 실무를 모를 수밖에 없다고 누군가는 말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정말이지 실무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SNS 마케팅을 배우면서 '그럼 어떤 느낌의 연예인을 섭외하면 좋을까요?'라며 패기 어린 질문을 해대고는 했었는데, 지금 내가 후임 마케터에게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아찔할 것 같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때 나를 담당해 준 친절한 직원분들께 그저 감사함만 떠올라 허공에 혼자 꾸벅 인사를 하곤 한다. 나는 유독 시간의 유속을 느끼지 못한 채 흐르는 대로 살아왔다.

다시금 떠올려도 딱밤 한 대를 때려주고 싶은 연예인 섭외 질문을 흘려보내고, 나름 SNS와 촬영 기획안, 광고 촬영 현장 견학, 마케팅 회의 등을 참석하며 이제 다른 분들께 업무적으로 도움을 조금이나마 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질 때가 3주 차쯤이었다. 유독 식당가와 주점이 많던 잠실 거리 어딘가를 걸으며 푸근한 인상과 나지막한 목소리의 직원분과 같이 퇴근을 하게 되었는데, 긴장이 섞인 발걸음을 열심히 옮겨나갈 때 직원분께서 느닷없는 질문을 건네셨다.


"마케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긴장됐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는, 말은 들렸는데 긴장과 섞여 들어왔다. 대학교 강의에서, 그리고 선배들과 종종 나눴던 말이기도 했다. '마케팅은 뭐라고 생각해?', '왜 마케팅을 하려고 해?'와 같은 말들. 그러나 나눠봤던 말들과는 달랐다. 그들은 실무에 뛰어들어보진 못했고, 내게 질문을 던진 이 푸근하고 나지막한 직원분은 삶과 실무에 마케팅이 얽힌 사람이었다.

우선 내뱉으며 지껄여댔다. 마케팅은 소통하는 것이다, 마케팅은 좋은 것을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뭐 이런 형식의 영양가 없는 말을 허세를 곁들여 말했다. 그러자 직원분은 질문을 한 차례 더 던지셨다. 내 답변에 얹어진 추가 질문은 '컨텐츠와 콘텐츠 중 뭐가 맞을까요?'였다. 나름 글에는 관심이 있었고, 챙겨보던 방송들에는 컨텐츠로 표기됐던 것이 기억에 남아 컨텐츠가 맞다고 자신 있게 답했으나 내 답은 틀렸다. 컨텐츠와 콘텐츠 중 콘텐츠가 맞는 말이었다. 콘텐츠가 맞는 표기라는 것은 들었으나 앞서 던져주신 질문에 답변을 아직 듣지 못해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참이었다. '그래서 마케팅은 콘텐츠인가요?'라는 얼빠진 생각을 표정으로 내뱉고 있었을 것이다.

직원분은 얘기하는 내내 내 얼굴을 마주하다 시선을 앞으로 돌리며 답변을 시작했다. "컨텐츠와 콘텐츠의 차이는 사실 놓칠 수도 있고, 놓친다고 해서 치명적이지는 않은 부분이에요. 그러나, 이 사소한 부분이라도 열심히 챙겨서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모실 수 있고 좋은 인식을 줄 수 있다면 저는 그것이 마케팅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은 그 순간이 처음이었다. 분명 찰나였지만 계속 밀고 들어오는 울림에 찰나처럼 느껴지지 않는 그런 순간.

대학교에서 마련해 준 인턴 활동은 매우 짧았고, 붙임성과 진중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그때의 나였기에 '컨텐츠와 콘텐츠'를 알려준 직원분께는 감사인사도 작별인사도 갖춰서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컨텐츠와 콘텐츠의 차이', 그리고 '마케팅'이라는 것을 나에게 하여금 스스로 생각할 동력을 채워준 그 직원분께 깊은 감사를 지금이라도, 혹은 언젠가 다시 드리고 싶다.

마케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유독 식당가와 주점이 많던 그 잠실 거리에서의 질문에 나는 이제 '고객의 언어로 소통하는 것'이라는 답변을 갖출 수 있게 됐다. 또, 사소할 수 있는 것들과 디테일에 핏줄을 세워대며 다양한 가설을 수립하고 증명하는데 열을 올리게 됐다. 한 마케터의 짧은 질문은 그렇게 또 다른 마케터를 사회에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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