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겨울은 왔다

비명도 신음도 웃음도 분노도

by 김민중

기어코 겨울은 왔다. 나와 겨울 중 누가 제자리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또 나는 겨울이란 계절을 젖듯이 맞이한다.

겨울은 억세게도 많은 걸 덮는다. 비명도 신음도 웃음도 분노도 겨울의 씨앗인 눈에 무참하게도 덮인다.

어디서 듣기를, 가난을 가장 숨기기 어려운 계절은 겨울이라고 했다. 마치 필연인 것처럼 가난과 결핍이 닥쳤었던 그때의 나는 그 말에 고개가 뻣뻣했고, 각자 다른 이름을 지닌 수많은 강과 다리를 건넌 지금의 나는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움직인다.

뱀처럼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와 괴물의 날숨 같은 더위가 지나갔다고 해서 내게 눈에 띄는, 극적인 평안은 없다. 눈발은 떨어지는 뱀 같으며 추위는 비웃는 괴물의 들숨인 듯하다. 난 아직도 각자 다른 이름의 강과 다리를 숨도 쉬지 못하고 건너댄다.

기어코 겨울은 왔다.

작가의 이전글마케팅이 제일 어려운 마케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