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대상, 시상식, 니체, 글씨체
길고 길었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마지막 장을 드디어 덮은 때였다. 해설이나 입문서 개념의 독서들을 제외하면 첫 철학 도서라고 볼 수 있겠다. 읽는 데만 꼬박 1달 반에서 2달 정도가 걸린 것 같다. 주 3회 정도를 카페에서 1시간 ~ 2시간씩 보내며 읽었지만 어찌나 단어와 문맥의 진행들이 어렵게만 느껴지는지. 처음으로 책이 내 편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매우 자주 찾아왔다. 이동진 님의 '완독에 대한 부담감을 버리지 않으면 책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라는 말이 날 향한 말이었길 속으로 바라며 어찌어찌 500 페이지를 손으로 넘겨냈다. 개인적으로 읽기 쉬웠던 책은 초반에, 읽기 어려웠던 책은 후반부에 흡입력이 있었다.
불친절하고 노골적이고 강한 문장들을 적어낸 니체에게 반하게 된 이 책의 독후감은 이후에라도 적을 수 있길 바라며, 다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아지트 같은(아지트라기엔 인기가 매우 많다) 카페를 둘러보던 때로 돌아가자.
글과 사진, 음악과 책, 커피와 음식 등 나와 관심사가 겹치는 게 많고 운동도 잘해 몸이 좋으신 카페 사장님은 매달 사람들이 글을 쓸 수 있게 주제를 던져주신다. 나온 지 꽤 된 이번 주제는, 사실 니체의 책을 하루라도 빨리 눈과 입가에 담고 싶어 그동안 지나가다 보면서도 글을 쓰지 못했다.
철학 초보자, 철린이에게 다소 외면받았던 주제에게 초등학생이 되어 사과라도 건네듯 쭈뼛거리며 다가갔고, 사과를 받아줄 주제는 아래의 모습을 띠며 날 마주했다.
포러리 연예대상
2025 포러리 시상식
올해 내가 했던 최고의 선택과 순간들을 알려주세요.
내가 나에게 최고의 상을 선사하세요.
아쉬웠던 순간들도 돌아보면 최고의 순간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글을 열심히 쓰다 보면 따스함이라는 것을 이렇게 짧은 글에도 담아낼 수가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잠시 떠올렸다. 꾸밈이 없는데도 따뜻함이 느껴진다.
더 이상 니체가 못 쓰게 했다는 변명으로는 둘러댈 수 없으니 사람들이 없는 시간에 쭈뼛쭈뼛 대며 답장을 아래와 같이 적었다.
스스로에 대한 칭찬도 낯설고 과거를 돌아보는 것도 낯설어 개인적으로는 답변을 적어나가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이 재미있고 따뜻한, 마치 연말고사 같은 질문에 백지를 쓰고 싶지는 않아 부족하게나마 적자면,
사람들 만나길 게을리하지 않는 것, 운동하는 것, 글을 쓰는 것이 있겠습니다.
많은 것들에 겁먹어 도망치고 싶다가도
그들의 이름만큼이나 따뜻한 제 지인들을 떠올리면
정말이지 게으를 수 없고 주저앉기가 허락되지 않습니다.
받아대고 얻어대기만 하며 살았습니다.
이후에도 제 인생에서 같은 질문을 받게 된다면,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은 오늘이라고 답할 수 있기를 저에게, 그리고 삶에 바랍니다.
모두가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많이 베풀 수 있기를,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밥 챙겨드세요.
넋 놓고 글을 쓰다 보면 터무니없이 길어지는 현상을 자주 목격한다. 지식과 지혜가 부족한 사람이 형용사와 어려운 말만 한 세월 늘어놓듯, 나 역시 글이 부족하기에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짧게 쓰기엔 내 진심과 생각이 충분히 담겼는지도 의심을 품게 된다. 글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글씨체는 사람의 인성을 닮는다며 글씨 연습을 꾸준히 매 순간 하라던 아버지의 조언을 악필이 된 이제야 종종 떠올린다. 인성이든 글씨체든 둘 중에 하나는 부지런히 길러놔야 다른 것을 덮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