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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크 Mar 13. 2022

제목을 붙이기엔 짧고 투박한

소제목을 붙이기엔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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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루틴 중, TV에서 나오는 뉴스를 들을 수 있는 순간은 막냇동생과 같이 저녁을 먹는 순간이 유일하다. 종영을 한 지가 몇 년째인데 아직도 볼 예능은 무한도전 재방송밖에 없냐며 자주 내뱉었던 투정과 함께 채널을 돌리다 뉴스에 멈추는 것도 당연히 유일하다. 

 TV에서 나오는 뉴스를 무미건조하게 보며 막냇동생과 같이 저녁을 먹으며 짧은 이야기들을 편하게 나누다가, 기상캐스터분께서 '비 소식 없이 맑은 날이 이어지겠습니다'라는 말이 새삼 듣기에 좋았다. 짧게 넋을 놓았다가 조그맣게 되뇌려던 것은 바로 참았다. 

 땅이 젖어 내뿜는 흙냄새와 차분해지는 분위기, 규칙적인 듯 불규칙적인 빗소리가 좋아 비 오는 날을 좋아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 다소 민망할 만큼, 비 소식 없이 맑은 날이 이어지겠다는 그 말은 당분간 내게 한 조각의 따뜻함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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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을 살 일이 있어 꽃집을 들렀다. MBTI 유형 중 J 유형인 탓인지 J 유형에 맞춰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검색과 리뷰 탐색, 동선 계획은 필수적으로 마친 뒤 찾은 꽃집이었다. 

 작은 꽃다발을 말씀드리고 꽃다발을 만들어주시는 것을 앞에서 지켜볼 수 있었는데, 예쁜 꽃들이 아름답게 잘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다발을 이루는 종이류들이 적당한 구김을 가지도록 하는 것을 빤히 바라보며 꽃다발은 드레스를 입은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여자분들이 꽃을 받을 때 기쁜 것은 꽃이 좋은 이유도 있지만 남자분들이 민망함을 뒤로하고 꽃을 선물하기 위해 가져온다는 그 과정이 기쁘다는 말처럼, 남자분들이 꽃을 선물할 때 기쁜 것은 꽃을 받고 좋아하는 여자분을 바라보는 이유도 있지만 드레스를 입은 듯 꽃을 들고 있는 여자분의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정리도 없이 머리에서 여기저기 펼치다가, 열심히 꽃다발을 만들어주신 사장님께 계좌 이체를 해드린다는 것을 까먹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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