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나를 따라오는 뒤
나는 앞을 보고 걸었다
길은 조용했고
하루는 무사히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문득
등 뒤에서
낯익은 숨결이 닿았다
돌아보지 않아도
그것이 나를 따라오는
뒤임을 알 수 있었다
발자국은
뒤에 남지 않고
먼저 가
길의 한쪽에 서 있었다
마치
내가 오기 전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버렸다고 여긴 말들,
끝내 꺼내지 못한 문장 하나가
저녁의 그늘 속에서
나보다 먼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내일을 향해 간다고
스스로를 설득했지만
내일은 언제나
어제의 얼굴로
말없이
내 앞을 막고 서 있었다
나를 따라오는 뒤는
나를 재촉하지 않는다
다만
같은 속도로
나의 그림자를 유지한다
나는 그 침묵 속에서
내가 앞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
지나가지 못한 시간 위에
머물러 있음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