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나를 중심에서 비워 둔 채
나는 나를 너무 오래 안고 살았다
손을 떼면
곧바로 흩어질 것처럼
조심스럽게
어두움은
나를 설명하는 가장 쉬운 방식이었고
나는 그것을
쉽게 놓지 않았다
놓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으므로
세상은 이미 거칠었고
적어도 나만은
나에게 느슨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느슨함이
나를 조금도
“옮겨놓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은 흘렀지만
나는 매번
같은 이유로
같은 지점에
서 있었다
그것은 돌봄이 아니라
머묾이었다
나는 그만
나를 기준으로 삼는 일을
멈춘다
이 말이
아름답게 들린다면
그건 오해다.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여전히 부서지며
여전히 나를 놓지 못한다
다만 이제는
나의 어두움을
앞에 내세워
길을 열지는 않겠다는 것뿐
함께 산다는 것은
내 말이
항상 먼저 오지 않는다는
불편함을
감당하는 일이다
대부분의 변화는
커다란 장면으로 오지 않고
익숙하던 하나가
조용히
사라진 자리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