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라는 이름

by 아직 때때로


하루가 이름을 갖기 전, 사람들은 몸을 앞세워 나온다 남구로역 사거리, 독산고개 쪽으로 모여드는 발걸음들 네 시와 다섯 시 사이, 말보다 먼저 장갑이 움직이고 허리를 두드리고 굳은 무릎을 편다 잠은 덜 깼지만 몸은 안다 오늘 절반은 돌아가야 한다는 것 그래도 나와야 한다는 것

사거리 바닥에는 어제의 먼지가 남아 있다 시멘트 가루 철 냄새 젖은 합판의 기운 이 냄새를 아는 손들이 벽을 세웠고 거푸집을 풀었고
비계를 오르내리며 도시를 떠받쳐 왔다 도시는 그 위에 서 있지만 이 새벽은 그 사실을 기억하지 않는다

트럭이 서면 등이 먼저 반응한다 누군가는 망치를 들고 누군가는 장갑을 다시 조인다 부르는 소리는 짧고 고르는 눈은 빠르다 오늘의 일은 몸으로만 결정된다 말은 늘 늦다젊은 몸이 먼저 오른다 속도와 힘이 값이기 때문이다 허리와 무릎은 오래 버틴 증거가 아니라 오늘 쓰이지 않을 이유가 된다 아픈 곳은 설명이 되지 못하고 설명하는 동안 선택은 끝난다

해가 오르면 시장은 흩어진다 일을 얻은 사람은 현장으로 가고 얻지 못한 사람은 쓴소주로 속을 누른다 끝나지 않은 새벽이 아직 입안에 남아 있다

이곳에서는 하루보다 먼저 몸이 가려진다 쓰일 몸과 남을 몸 남은 시간은 버려지지 않고 다음 새벽까지 따라온다 사람들은 몸을 다시 접어 들고 돌아선다 끝났기 때문이 아니라 다시 와야 하기 때문에

작가의 이전글가장 조용한 폭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