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은 원형이다. 이 사실에는 비유가 필요 없다. 높지도 낮지도 않게 사람 하나를 정확히 세운다. 들어오는 길은 있다. 나가는 길은 늘 설명되지 않는다. 대신 선이 있다. 넘지 말라고 그어진 넘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선.
도시에도 이런 도형이 많다. 위로만 쌓이고 서로의 빛을 가리는 구조물들. 우리는 매일 그 안에서 마주 보고 서 있지만 닿지 않는 연습을 한다.
주먹은 앞으로 나간다. 가끔은 무엇도 만나지 못한다. 공기만 흔들리고 되돌아오는 것은 자기 팔의 무게. 이 감각은 낯설지 않다. 출근길의 인사 응답 없는 전화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 질문처럼 정확히 허공에 도착한다.
시간은 공평하다. 링 위에서도 도시의 시계에서도 초는 같은 속도로 지나간다. 놓친 순간까지 성실하게 포함한 채 관중의 소리는 있다. 그러나 누구를 향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창문을 닫은 거리처럼 크지만 멀다.
포기하지 말자는 말은 어디에도 붙어 있지 않다. 대신 다음 라운드 다음 신호등 다음 층이 말없이 준비되어 있다. 훈련은 몸을 비운다. 도시는 그 일을 여럿 속에서 반복한다. 남는 것은 다시 쓰일 수 있는 형태 쓰러지지 않은 자세.
라운드가 끝나면 의자가 하나 놓인다. 방 하나 불 켜진 창 하나 각자는 앉아 숨을 고른다. 링과 도시는 서로 다른 이름을 가졌지만 같은 일을 한다. 사람을 중앙에 세우고 혼자서 버티게 한다.
이것은 승리의 연습이 아니다.
패배의 예행도 아니다.
다만 오늘도 쓰러지지 않는 법을 조용히 반복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