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으로 분류되는 시대

by 아직 때때로


노인은
아침에 눈을 뜬다
알람 없이
몸이 먼저 깨어
오늘도 쓸 수 있는지
확인한다


어느 날부터
나이는 숫자가 아니라
기준이 된다
그 이후로 그는
사람보다
분류가 먼저 온다


창구 앞에서
설명은 짧아지고
질문은 그를 지나
다른 쪽으로 이동한다
고개를 끄덕이지만
무엇이 끝났는지는
알 수 없다


햇볕은 좋지만
오래 있으면 안 된다
걷는 것은 권장되나
넘어지면 안 된다
움직이라는 말과
조심하라는 말이
같은 문장 안에 있다


기억은
사라진다기보다
흩어진다
이름은 늦고
얼굴은 빠르다
날짜는 헷갈려도
약 먹는 시간은 정확하다


가족은 전화한다
자주는 아니다
같이 살지는 않는다
사랑은 남아 있지만
생활은 분리되어 있다
그는 그 사실을
굳이 문제 삼지 않는다


노인은
정해진 장소들을 안다
머무를 수 있는 곳들
배우기보다는
하루를 보내기 위한 공간들
불평과 고독은
성격이 아니라
환경에서 온다


뉴스에서는
고령화라고 말한다
숫자가 늘어난다고 한다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 말들 속에
그의 하루는
들어 있지 않다


저녁이 오면
불을 켠다
의자는 하나다
티브이를 끄고
약을 챙기고
내일을 미리 계산하지 않는다


노인은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분류되어 있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오늘도
하루는 지나갔고
그는 여전히
여기에 있다

작가의 이전글성 토마스 - 인간적 고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