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롤 속 사람들

by 아직 때때로


우리는 서로를 보지 않는다
그렇게 정한 적은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미 그쪽이 더 편해졌다

눈은 화면을 향하고
손은 먼저 움직인다
얼굴은 필요한 때만 나타난다
사진 속에서
증명해야 할 순간에만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서
각자는 다른 시간에 머문다
누군가는 방금 지나간 말에
누군가는 아직 오지 않은 답에

침묵은 사건이 아니다
이미 합의된 상태다

웃음은 짧고
감정은 가벼워졌다
노란 얼굴 하나면 충분하고
두 줄이면 설명은 끝난다
말이 줄어든 게 아니라
말의 무게가 바뀌었다

알림이 울리면
마음이 먼저 반응한다
생각보다 빠르고
생각보다 성실하게
손을 뻗는 순간
이미 다음 화면이 준비되어 있다

스크롤을 내릴수록
세상은 넓어진다
정확히 말하면
넓어진 것처럼 보인다
고개를 들어 확인하지만
확인되는 것은 늘 비슷하다

밤이 되면
빛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들만 조금 조용해질 뿐이다
잠들기 직전까지
서로를 확인하고
서로를 놓친다

고립은 선택도 강요도 아니다
가장 익숙한 자세일 뿐이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으므로
아무도 혼자처럼 보이지 않는다

한 사람 또 한 사람
지나간다
붙잡지 않아도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떠나는 법을
이미 배웠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 있다
다만
서로에게 닿지 않은 채로
이 방식이
세상을 설명하는지
아니면
우리 자신을 말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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