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심에 서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대신 언제 한 발 옆으로 서야 하는지만 익혀왔다
비껴 선다는 것은 뒤로 숨는 일이 아니다
앞에 서지 않겠다고
말을 먼저 차지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하는 일이다
사람들은 모이면 중심을 만들고
중심은 언제나 소리가 크다
의미는 그곳에서 빠르게 결정되고
고개를 끄덕일 시간이 없는 채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나는 한 발 옆으로 선다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자리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의 공기가
아직 남아 있는 곳으로
비껴 있는 자리는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 모든 것이 지나간 뒤에 남는다
말하지 않은 이유
선택하지 않은 방향
끝내 꺼내지 않은 문장들이
그 자리에 쌓인다
그것들은 즉시 의미가 되지 않지만
쉽게 사라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무게를 얻는다
설명하지 않은 것이
설명보다 오래 버틴다는 사실을
이 자리는 알고 있다
세상은 늘 증명을 요구한다
왜 거기 있는지
무엇을 말하려는지
어떤 편에 서 있는지 묻는다
그러나 비껴 있는 자리에서는
존재가 해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버티지도
밀어내지도 않으면서
흔들리며 남아 있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관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른 속도로 관여하는 일이다
비껴 선다는 것은
사라지는 일이 아니다
정면에서 부딪히지 않고도
시간 안에 머무는 방법이다
나는 오늘도
조금 비껴 서 있다
그곳에서야 비로소
내가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
무엇을 놓치지 않으려 했는지
알게 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