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렇게 말하며
하루를 넘겼다
이 판이 그랬을 뿐이라고
마치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일이
사람의 힘 밖에 있는 것처럼
길은 늘 앞에 있었고
나는 그 길을 걸었다
돌아보면
다른 길도 있었을지 모르나
발자국은 하나뿐이었다
잘된 날은
조용히 지나가고
잘되지 않은 날은
오래 남았다
나는 그 차이를
말로 묻지 않았다
말할 수 있었던 순간에도
입을 다물면
일은 흘러갔다
침묵은
낡은 외투처럼
몸에 익었다
사람들은
곁에 있다가
서서히 멀어졌다
남은 것들은
자리를 지키며
형태가 되었다
형태가 된 것들은
움직이지 않았고
움직이지 않음이
안전처럼 보였다
마지막에 남은 것은
이기고 짐이 아니라
저녁 무렵
혼자 서 있는 그림자 하나
이 판이 그랬을 뿐이라는 말은
위로도 아니고
변명도 아니었다
그저
그렇게 살아왔다는
낮은 대답
나는 아직
다음 날을 기다린다
그날이 내 뜻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여기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