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길에
그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
이름을 불러도
대답보다
발걸음이 먼저 지나간다
쥐지 않은 손은
늘 가볍다
가볍다는 이유로
더 멀리 가지도
더 빨리 가지도 않는다
비운다는 말은
그에게 너무 크다
다만
놓지 않아도 될 것을
굳이 붙들지 않았을 뿐
말은
필요한 만큼만 남고
침묵은
그 자리를 메우지 않는다
메우지 않음으로
오히려 길이 된다
세상은
가진 것의 수를 묻지만
그는
지나온 자리를 돌아본다
아무것도 떨어뜨리지 않고
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겸손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살다 보니
몸에 남은 방식
낮추려 하지 않아도
자연히
낮아지는 자리
저녁이 오면
그는 조용히
문을 닫는다
비워진 방 안에
말 대신
바람이 들어와 앉는다
오늘도
덜 가진 채
하루를 건넌 사람
그의 등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자리는
오래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