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는 조용히 접힌다
소리 없이
마치 오래 쓰지 않은 우물에
뚜껑을 덮듯이
거기에는
큰 담론도
날 선 주장도 없었다
다만
하루를 건너는 말들
서두르지 않는 문장들
사람의 얼굴만큼의 속도
우리는 묻지 않았다
왜 필요한지
언제까지 있어야 하는지
필요한 것은 늘
사라진 뒤에야
이름을 얻는다
속보는 넘치고
요약은 빨라지고
말은 점점
물보다 얕아진다
깊이를 재는 도구는
불편하다는 이유로
먼저 치워진다
샘터는
무너지지 않았다
다만
기다림이 줄어든 세계에서
더 이상
기다릴 자리를 얻지 못했을 뿐
아이에게 읽어주던 문장
지나간 계절을 기록하던 손글씨
잘 살고 있느냐는
느린 안부
그 모든 것이
쓸모없음으로 분류된 뒤
휴간이라는 말이
가장 공손한 작별이 된다
그러나 안다
물이 마른 것이 아니라
물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이 시대는
우물이 없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숙이지 않는 시대다
그래서 오늘
한 권의 잡지가
조용히 눈을 감는다
아무도 소리 내 울지 않지만
그 자리에 남은 빈칸이
오래도록
문장처럼
우리 안에서
마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