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 가면 1

일본 "고단샤"의 서점광고를 본 이후

by 아직 때때로



책방에 가면
별들이 조용히 내려앉는다.
책장 사이사이, 먼지 위로 빛이 반짝이고
손끝에 닿는 종이마다 시간이 스며든다.
종잇장 위에서 숨 쉬는 공간,
마음은 천천히 열리며
멀리, 끝없이 퍼져 나간다.

책방에 가면
모든 것이 평등하다.
아이의 호기심과 노인의 기억이
같은 속도로 숨 쉬며 서로를 비춘다.
누구도 앞서지 않고
누구도 뒤처지지 않는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모든 존재가 동등한 자리에서 살아간다.

책방에 가면
말 없는 대화가 시작된다.
시인의 언어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고
철학자의 질문이 강물처럼 흐른다.
독자의 마음속에서 두 흐름이 만나
빛과 그림자가 춤을 추며
낯선 세계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 순간, 마음은 광활한 영역과 이어진다.

책방에 가면
심장은 천천히 뛰고
조명은 낮은 빛으로 내려앉으며
책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발자국 소리는 바람과 섞이고
생각은 물결처럼 흔들리며
정신은 고요 속에서 자신을 마주한다.
스스로의 중심이
이 작은 영역 안에서 자리 잡는다.

책방에 가면
영혼이 깨어난다.
불교의 경전이 바람에 흔들리고
성경의 문장들이 물줄기처럼 흐른다.
시집과 철학서는 서로 손을 잡고
경계 없는 지평을 만들어낸다.
독자는 내면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빛과 어둠, 질문과 답, 시간과 공간의
모든 층을 경험한다.

책방에 가면
세상은 이어진다.
거리와 골목, 카페와 공원의 소음 속에서
책방 하나가 중심이 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시간과 세대를 겹쳐 놓는다.
사회는 숨을 쉬고
고립된 개인은 공동체 속으로 돌아온다.

책방에 가면
역사가 숨을 내쉰다.
고대의 사유가 먼지처럼 내려앉고
근대의 사고가 서가를 떠돌며
오늘의 언어가 반짝인다.
미래는 조용히 싹을 틔우며
책방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강물처럼 흐른다.

책방에 가면
인간은 자신을 발견한다.
세상을 이해하고
생각은 끝없는 바다가 되며
마음은 바람처럼 자유로워진다.
가능성은 열리고
희망은 조용히 자리한다.
책방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다.
책을 넘어
사유와 상상과 평화와 평등이 수놓아진
깊고 넓은 우주이다.

책방에 가면
비로소 인간은
자신과 세계 사이의 숨결을 느끼고
마음의 경계를 허물며
끝없는 여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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