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의 품격

by 아직 때때로



결제 탭을 넘길 때

손끝이 먼저 안다

월급은 달빛처럼 빠져나가고

나는 열두 칸으로 쪼개진 시간을 안고 산다

무이자라는 문장은

광고처럼 반짝인다

새벽 세 시 알림이 울리면

잠이 먼저 물러난다

박스를 여는 순간

물건보다 일정표가 펼쳐진다

다음 달 그 다음 달

지워지지 않는 숫자들

SNS 속 #품격 해시태그

남들은 별빛처럼 빛나지만

내 목을 움츠린다

FOMO라는 이름으로 나는 더 작아진다

일시불은 결단이 아니라

이미 지나간 선택지다

남은 것은

매달 반복되는 확인 버튼

그래도 안다

나는 아직 지불 중이고

동시에 붙들고 있다

잘게 나뉜 시간 사이로

작은 숨 하나가 이어진다

빛이라 부르기엔 소박하지만

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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