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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밤 Feb 19. 2024

제발 그만해주시면 안 될까요, 어머님..

24.2.18.

제발 그만해 주시면 안 될까요, 어머님.


시험관 하느라 난임휴직 중인데

안부전화 드릴 때마다, 만날 때마다,

언제 복직하느냐고 빨리 복직하라고

일해야 아기도 잘생길 거라고

하시는 말씀. 잘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제발요, 어머님.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제 나이 40대.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 제발요,

알아서 하게 해 주세요, 어머님.


아까 안부전화 드리는데

혹시라도 직장 그만둘까 봐

걱정이시라는 어머님.


저 안 그만둬요.

어떻게 들어갔는데요,

제가 좋아한 일이었는데요

그런데 많이 속상하네요.


시누는 전업주부 하면서

쓰고 싶은 돈 쓰시며 사시는데.

물론 전 안 그럴 예정이지만

제가 직장 그만둘까봐 그토록 겁이 나실까요.

어떻게 늘 그렇게 같은 얘길 하실까요.


저는, 1년 전 유산하고

자궁 내막 유착이 생겼는데

그게 또 도져서

없던 우울증이 생겨

남몰래 상담받고 있어요.

자랑은 아니지만 그냥 제 마음이 그래요.


"난 유산해도 안 그랬는데, 이상한 일이네"

라고 하셨죠.

네, 이상하게 그런 일이 생겨서 힘들어요.

그러니 제발요. 어머님.

돈도 안 벌고 아기도 안 가진 며느리가

못마땅하시겠지만 제발,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안 될까요.


집에서 노느라 안 심심하냐고 하셨는데

저 안 심심해요. 바빠요.

이거 저거 배우느라 바쁘다고 하면

그 또한 남편이 번 돈이냐고 생각하실까 봐

대답이 힘드네요,

 

자꾸 여자도 자기계발해야 한다고

직장 다녀야 된다고

놀면 안 된다고

둘이 있을 때나, 남편과 있을 때나,

말씀하시는데.

네 잘 알아요.

잘 알고 있고 전 휴직 중일뿐인 걸요.

그런데 여태 일하며 살았는데

 갑자기 저는

"노는 사람"이 돼 버린 걸까요?


손주보다 직장이 더 중요하단 어머님.

그런데 저는 안 그래요.

지금 저는 아기가 더 중요해요.


육아휴직도 오래 할 필요없단 어머님.

임신 중에도 휴직할 필요없단 어머님.

임신초기 유산 안되려면 몸조심해야 한다고 하니

임신초기 유산은 유전자 이상이 대부분이라는 어머님.

네 맞는데요,

그런데 저희 부부가 나이가 많아요.

전 아기가 중요하고요.


그러니 제발,

지켜봐 주시기만 하면 안 될까요.

제발요.


어머님 말씀으로 상처받으며

이 사람과의 결혼을 후회하고 싶진 않아요.

이런 말씀 들으며 사라지고 싶단 생각이 드는 것도

안 하고 싶어요.

결혼 4주년에.


항상 많이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맞벌이 이야기

잠시만 내려놔주세요.

제발, 정말, 부탁입니다. 어머님.


자꾸 하시는 말씀에

저 정말

초라하고 비참해져요.

어머니, 시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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