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계속 살아도 괜찮을까?’
제주는 좋다.
마음이 고요해지고,
시간이 길게 느껴지고,
스스로에게 조금 더 친절해질 수 있는 곳.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고요함 끝에
서서히 다른 감정이 고개를 들었다.
다시
무언가 하고 싶다는 마음.
예전처럼 바쁘게 살고 싶은 건 아닌데,
그래도 어딘가에 속해 있고 싶고,
누군가와 함께 뭔가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마음.
그건 조급함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돌아온
나의 본능이었다.
내가 일을 좋아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단지
그 일이 내 삶의 전부가 되어버렸을 때
나는 너무 자주 무너졌던 거다.
그때는 일이 곧 나였고,
성과가 내 가치를 증명해주는 도구 같았다.
지금은 안다.
일은 나를 설명해주는 수많은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는 걸.
그래서 이제
다시 일하고 싶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속도보다 방향을 먼저 생각하고,
결과보다 감정을 먼저 돌보면서,
무엇보다
내가 나로 남을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보고 싶다.
이제 곧 서울로 돌아간다.
돌아간다는 말이
예전처럼 무겁지 않다.
예전엔 복귀 같았지만
지금은
조용한 시작처럼 느껴진다.
돌아가도 괜찮을 것 같다.
이젠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으니까.
제주에 오는 길이
도망이 아니었듯,
돌아가는 길도
복귀가 아니다.
그냥
또 하나의 계절을 보내고
다음 계절을 맞이하는 일.
지금의 나는
그 흐름에 조급하지 않다.
일을 다시 시작해도
그 일이 나를 정의하게 두진 않을 거다.
이번엔
내가 나를 먼저 선택할 거다.
그걸 위해
나는 지금까지 쉰 것이고,
돌아가기 위해 떠난 것이니까.
다시 일할지도 몰라요.
근데
이전처럼은 안 할 거예요.
이번엔
조금 더
나답게 살아보려 해요.
처음엔 그저,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마음을 어디에 둘지 몰라
조용히 써내려가기 시작한 글이었습니다.
하루하루 천천히 살아보며
마음속에 오래 묵혀뒀던 감정들을 꺼내보고,
그걸 언어로 옮기는 일이
생각보다 많이 아팠고,
생각보다 많이 따뜻했습니다.
어쩌면 이 글은
저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
‘조금 늦어도 된다’
그 말이 듣고 싶어서
제가 먼저 써준 것 같아요.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낯선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작은 쉼이 되길 바랍니다.
이 계절을 지나
조금 더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우리 모두.
감사합니다.
그리고
살아내줘서 고마워요. 우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