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나는
내 마음을 잘 몰랐다.
슬프면 참았고,
화나면 넘겼고,
기뻐도 조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늘 타인의 감정엔 민감했지만
내 감정엔 너무 둔감하게 살아왔다.
‘괜찮다’고 말하는 게
어느 순간 습관이 되었다.
아파도 괜찮아,
힘들어도 괜찮아,
속상해도 괜찮아.
그 말 뒤에 숨은
수많은 ‘괜찮지 않음’은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심지어 나조차도.
제주에 와서부터
마음이 조용해지니까
그제야 들리기 시작했다.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밤,
내 안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있는 감정들이
작은 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나 지금 좀 무서워.’
‘그땐 너무 서러웠어.’
‘사실 그 말, 되게 상처였어.’
이전엔 그냥 스쳐보냈던 감정들이
제주에서의 고요함 속에서
천천히 올라왔다.
나는 그 말들을
하나하나 받아적듯 들어주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 감정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 네가 그런 마음이었구나.”
울컥한 날도 있었다.
이유 없이 눈물이 났고,
오래 붙잡고 있던 기억이
갑자기 아프게 떠올랐다.
그럴 땐
더 이상 참지 않았다.
그냥 울었고,
가만히 안아줬다.
스스로에게.
그게
조금씩 나를 바꿨다.
이제는 자주 묻는다.
“지금 너, 진짜 괜찮아?”
“지금 뭐 먹고 싶어?”
“오늘 하루 어땠어?”
이 질문들이
이젠 나를 무너뜨리지 않고
나를 살린다.
나는 지금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다.
그건 대단한 변화가 아니라,
아주 작은 말 하나,
아주 짧은 숨 하나,
아주 조용한 인정에서 시작된다.
다정한 말은
먼저 나 자신에게 건네야
다른 누군가에게도
진심으로 닿을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한참을 돌아왔지만
지금은 그래도,
내 마음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더 괜찮아진 나로
다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