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뒤늦게,
내가 제주에 있다는 걸 몇몇 사람들에게 알렸다.
다들 처음엔 놀랐다.
“진짜 퇴사한 거야?”
“언제부터 있었어?”
“뭐야, 여행? 아니면 뭐 준비 중이야?”
그리고
빠지지 않고 따라오는 질문 하나.
“그래서 지금, 뭐 해?”
그 물음은 짧고 가볍지만
나는 대답하기 어려웠다.
솔직히 말하면,
딱히 뭘 하고 있지는 않다.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하루를 살아내는 중이다.
그런데 그 말을 꺼내는 게
어쩐지 죄스러웠다.
이상하지?
나는 나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데
그게 ‘뭔가’가 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도 없어지는 세상.
무언가 준비 중이어야 안심되고,
무언가 성취하고 있어야 칭찬받고,
그렇지 않으면
괜히 낙오자 취급을 받는다.
사람들은 걱정처럼 말을 건넨다.
“그래도 너무 오래 쉬면 안 되지 않아?”
“이제 슬슬 뭐 시작해야 되는 거 아냐?”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건데?”
그 질문들 사이에서
나는 내 선택을
자꾸만 해명하게 된다.
“좀 쉬려고.”
“생각 정리 중이야.”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서.”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 말에 담긴
조금의 방어와 불안도
스스로 안다.
나만의 속도로 살겠다고 해놓고
왜 이렇게 자꾸 눈치를 볼까.
왜 자꾸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이 삶을 변명하게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이 시간을 지키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무능이 아니라,
필요한 쉼이라는 걸
조금씩 믿고 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닌,
나를 위한 시간.
결과보다 감정을 우선하는 삶.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먼저 보는 하루.
그런 하루를 살기로
나는 결정했으니까.
그래서 지금 뭐 하냐고?
그냥 살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속도로.
그걸 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