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자꾸만 불안했다.
하루를 통째로 쓴 것 같은데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
어디에도 제출하지 않은 글,
아무에게도 보내지 않은 사진,
성과도, 결과도, 기록도 없는 시간.
‘이래도 되는 걸까?’
‘나 지금… 너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들이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일을 하지 않으면
나는 존재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언젠가부터 믿고 살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야만
인정받아야만
내가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매일
증명하듯이 살았다.
잘하고 있다는 말 한 마디에 목말라 하고
작은 실수에도
스스로를 망가뜨렸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내 하루는
조용한 산책과
귤을 까먹는 시간,
그리고
잠깐의 글쓰기,
그리고 긴 멍으로 채워진다.
누구도 이 시간을 평가하지 않는다.
좋다거나, 부족하다는 말조차 없다.
그저 나 혼자
내 하루를 살아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점점 마음이 가벼워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하루가 무너지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숨을 쉬고 있었고,
햇살은 여전히 따뜻했다.
그건 굉장한 발견이었다.
‘일하지 않아도 나는 나다’
그 말을
처음으로 믿게 된 순간이었다.
일이 나를 만든 게 아니라,
나는 원래부터 나였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성과가 없어도,
이야기할 거리가 없어도,
내 하루는 여전히 의미 있었다.
나는 지금
누군가의 도움이 되지 않아도,
누군가를 웃게 하지 않아도
그냥 나로 존재할 수 있는 법을
천천히 배우는 중이다.
그건
생각보다 더 어렵고,
생각보다 더 따뜻한 일이었다.
세상이 끊임없이 말한다.
‘뭔가를 해야 한다’고.
‘뭔가가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모든 말들에서
잠시 물러나 있다.
그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는 중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비로소 나 자신을 돌보는 시간.
그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