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은
의외로 금방 익숙해졌다.
처음엔 괜히 허전해서
핸드폰을 옆에 두고,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척을 했다.
‘나 혼자 아니야’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하지만 며칠 지나고 나니
혼자 먹는 밥상이
조용하고, 따뜻하고,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식사 시간.
누군가의 기분에 맞춰
리액션하지 않아도 되는 저녁.
입은 조용했지만
속은 더 이상 비어 있지 않았다.
혼자 걷는 길도
이젠 익숙하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어딘가로 향하지 않아도
그저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목적 없이 움직이는 발걸음이
나를 더 자유롭게 했다.
가끔은 카페에 앉아
창밖을 오래도록 바라본다.
옆 테이블의 웃음소리,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에 가만히 앉아 있는 나.
예전 같으면
‘혼자 있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괜히 어색했을 텐데
지금은 그 고요함 속에
나를 맡긴다.
밤이 되면
외로움은 조금 더 선명해진다.
불 꺼진 방 안,
덩그러니 혼자 있는 이 공간.
어쩌면 이건
사람이 아니라 내 마음이 만든 공백일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이런 밤이 무서웠다.
그래서 드라마를 켜고,
음악을 크게 틀고,
무언가로 메우려 애썼다.
지금은
그저 불을 끄고,
가만히 누워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밤이 되었다.
외로움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쓸쓸함이 나를 다치게 하진 않았고
오히려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말 없이 흘러가는 시간,
그 사이사이에 스며든 나.
나는 이제
혼자인 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란 걸 안다.
함께일 땐 몰랐던 것들이
혼자일 때 보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바람결에 실린 작은 향기,
귤 껍질을 깔 때의 사각거림,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순간들.
그 모든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혼자인 밤,
내 마음을 가장 먼저 안아준 건
역설적이게도
‘외로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