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 단원평가를 사이에 둔 교사와 학생의 소리없는 전쟁
폭풍이 몰아치듯 정신없이 흘러간 3월 둘째 주.
사실 처음 만난 교실, 선생님, 친구들과 친해지기에도 부족한 시간인데
그래도 놀기만 할 수는 없으니 공부도 나름(?) 열심히 해봤어요.
초등학교에 시험이 사라진지 어언 10년.
시험은 사라졌지만 이전 학년 학습내용을 확인하는 진단평가는 사라지지 않았고,
학생들이 공부한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한 교사들은 소소하게나마
'단원평가'라는 방법을 활용해서 학생들의 학습 이해도를 점검해요.
'시험'이라는 것은 달콤한 사탕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에서 공부를 이어간다면
언젠가는 마주해야하는 '감기약'과도 같은 것.
학생들의 생각을 듣고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려는 교사에게는
학생들이 뻔히 싫어 할 '시험'을 어떻게하면 슬기롭게 학습 루틴으로 적용할지
고민이 필요한 문제로 다가와요.
10년 동안 교직에 몸을 담으며 당연스레 시켜보기도 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따라주기도 해봤지만 교육에 정답은 없다는 결과로 귀결되는 아이러니한 현상.
학생들에게는 학생들 나름의 생각과 합리적인 논리가 있고,
교사에게는 학생들을 지도한다는 목적 아래 자신만의 교육관이 있으니...
이 둘을 공개적이면서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조화롭게 섞으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이어져요.
수학 1단원, 국어 1단원 공부가 마무리되어가던 평화로운 하루에 누군가 작은 돌멩이를 던졌어요.
"선생님, 3학년 때는 단원평가 봤는데 4학년 때는 안봐요?"
질문 하나에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는 불만 비스무레한 의견들
"아 시험 싫어요!"
"시험은 보고 싶으면 너만 봐!"
"선생님 못 들은걸로 해주세요!"
"시험 나는 괜찮은데..."
"잘 보면 엄마가 내가 사고 싶은 것 사주는데 왜 싫어?"
잘 다듬고 이해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면 꽤... 괜찮을 것 같은데...?
그래서 오늘의 편지 주제는 단원평가!
부모님도 볼 수 있고, 선생님도 볼 수 있고, 학생들도 볼 수 있는 소통방에
생각 거리를 던져봐요.
단원평가 과목은? 통과 점수는? 통과하지 못하면?
교사가 결정하는 편지를 굳이 왜 학생들과 함께 결정하냐구요?
학생들은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잘 따라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스스로 결정에 참여한 부분이 없으면
항상 수동적일 수 밖에 없어요.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생각하고 고민하려는
노력이 더해지면 선택과 결정, 그리고 책임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결정된 단원평가의 기준.
국어, 수학 70점 이상을 통과 기준으로, 통과하지 못하면 재시험을 보기로 했어요.
학생들이 억지라고 느끼지 않는 선에서 도움만 한 스푼 넣었어요.
열심히 가르쳐주는 선생님의 마음을 조금만 생각해주기를...
친구들과 나의 생각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해주기를...
그렇게 결정된 내용은 함께 지켜보려 노력해주기를...
함께 의사결정하는 과정을 겪다보니 학생들이 하는 생각의 힘이 느껴져요.
교사 마음 속에 있던 '이렇게 하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이 학생들 입에서 터져나와요.
사필귀정(事必歸正)
모든 일은 반드시 올바르게 돌아갈 것이다.
오늘도 이렇게 편지쓰기를 통해 하는 학급경영이 힘을 얻어가고 있어요.
다음 이야기 미리보기
Episode 3 선생님과 부모님이 만난다면 걱정? 기대?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 학부모 총회를 두려워하던 '나'의 모습이 떠올라요
[전전긍긍(戰戰兢兢) 몹시 두려워서 벌벌 떨며 조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