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편지로 하는 학급경영

Episode 1 규칙을 엉망으로 만드는 학생들에게 합법적(?) 체벌하기

by 꾹쌤

2025학년의 시작은 천사 같은 4학년 학생들과 함께.

과밀학급이 많은 인근 학교에 비해 학급에 24명이면 적당한 숫자이기도 해서 행복했는데...!

에너지 넘치는 몇몇 학생들이 규칙을 깨기 시작했어요.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군. 기다리고 있었다.)

1교시 쉬는 시간

“□□아, 뛰지 않기로 우리 학급 규칙 함께 정해봤지?”

“○○아, 친구 마음에 상처가 되는 말은 하지 않기로 저기 학급 규칙...”

“◇◇아, 방금 수업 종 쳤는데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규칙은...”

2교시 쉬는 시간

“□□아, 뛰지 않기로 우리 학급 규칙 함께 정해봤지?”

“○○아, 친구 마음에 상처가 되는 말은 하지 않기로 저기 학급 규칙...”

“◇◇아, 방금 수업 종 쳤는데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규칙은...”

3교시 쉬는 시간

“선생님! □□이 복도에서 뛰다가 옆 반 선생님한테 혼나고 있어요!”

“선생님! ○○이가 저한테 XX라고 욕했어요!”


“하... 쉬는시간 끝. 다 눈 감아.”


이럴 줄 알았어. 날뛰지 못하도록 꽉 잡았어야 했어...

학급 세우기는 무슨, 나 혼자 세울걸...

후회가 밀려오지만 이미 늦었어요.

가열차게 복식호흡으로 성량테스트를 마치고 학생들을 하교시키니 문득 드는 생각

‘휴 잘 참았다. 아까 잠시 소리를 높인 것은 주변이 시끄러워서였어. 그러니 아무도 수치심을 느끼거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을거야. 아무 문제 없을거야...’

‘특정 학생에게 문제아라는 낙인을 찍지는 않았겠지...?’

예전 같았으면 상담기록을 남기고,

학급의 평화를 깨는 학생들 부모님께 전화드려 이러쿵저러쿵 일러바쳐서 해결했겠지만..

이제는 11살 24명과 머리를 맞대기로 해요.


선생님 옆에서 웃으며 쉬는 시간을 즐기다가 날벼락 맞은 학생들에게는 잘못한 학생들을 응징할 기회를,

규칙을 어긴 학생들에게는 반성의 기회와 동시에 회개의 기회를.

학부모님들께는 학급의 어려움을 알리고 집에서 단도리할 수 있는 기회를.


퇴근 30분 전, 잔잔한 뉴에이지 음악을 틀어놓고

오늘의 문제를 차분히 칠판에 적어봐요.

항상 마무리는 물음표.(함께 해결해요!)


학부모님들께도...

혹시 이 이야기가 당신 자녀의 이야기이지는 않을까요?

자녀와 학교생활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까요?

6.jpg 평화로운 학급을 만들기 위한 교사의 칠판 편지

다음 날 아침에 억울한 학생들, 집에서 호되게 혼난 학생들이 생각을 모아 해결방법을 정해요. 1교시 시작 10분 전에 저는 그냥 느긋하게 앉아서 앞에 적힌 의견에 대해 의견을 하나로 결정할 시간을 주고 협의실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타며 속으로 웃음 지어요.

KakaoTalk_20250403_084951564_01.jpg 학생들의 생각이 담긴 해결방법

“의견 다 모았니? 어머, 괜찮겠어? 너무 가혹하지 않겠어? 그래도 너희 생각이니 선생님이 존중할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너희가 선생님은 정말 자랑스럽구나!”

이렇게 학급규칙을 지키지 않는 학생들은 쉬는시간 10분을 빼앗기는 것도 모자라 눈을 감고 친구와 대화도 하지 않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어요.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했어요.

이렇게 학급의 평화를 깨는 에너지 넘치는 학생들을 관리하는 방법이 탄생했어요.

저는 무엇을 했냐구요? 편지를 썼어요.

그 편지가

억울한 학생들에게는 생각을 글로 적을 기회를 줬어요.

반성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인정하고 노력할 기회를 줬어요.

고작 퇴근 전 30분 전 칠판에 넋두리를 했는데, 신기하게도 원하는 결과가 나왔어요.

‘그래, 이 맛에 굳이 칠판에 편지를 쓰지...ㅎㅎ’

아! 편지는 항상 학급 소통방에 올려요.

교사, 학생, 학부모가 모두 포함되어 있는 학급 CCTV랄까...?

(익숙해서인지 저는 클래스팅을 활용하고 있어요. 하이클래스도 좋고 다른 방법도 많겠죠?)

이 벌칙이 학급을 드라마틱하게 바꿀 수 있다는 기대는 하지 않아요.

그렇게 되기를 10년 동안 한결같이 바랬건만 그러지 않았어요.

그래도 이거 하나는 믿어요.

선생님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기대 이하의 반응과 결과에 상처받는 것보다는 나은 길이라는 것을.

광범위한 체벌의 벽에 부딪혀 고민을 거듭한 순한 맛 생활지도에 기대는 것보다는 효율적이라는 것을.

비슷한 상황을 겪고 해결한 선생님들만의 방법을 듣고 싶어요.

댓글로 함께하고, 댓글을 통해 선생님들이 함께 고민하면 좋을 것 같아요.


다음 이야기 미리보기...

Episode 2

단원평가를 사이에 둔 교사와 학생의 소리 없는 전쟁

[사필귀정(事必歸正)-모든 일은 결국 올바르게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