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5 너 때문에 졌어. 우리는 망했어.
인간은 본능적으로 경쟁을 추구한다.
생존을 위한 경쟁.
승리를 위한 경쟁.
만족을 위한 경쟁.
이성으로 본능을 통제할 능력이 있는 어른도
승리의 쾌감, 짜릿함을 알기에
도파민을 찾아 상대를 이기기 위한
경쟁에 쉬이 뛰어든다.
그렇다면 학교라는 공간에서
삶을 배워가는 학생들은?
비교적 통제받는 상황에 익숙한 학생들은
경쟁 활동에서마저도 선생님이 정해주는 규칙과
가이드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함께 잘해보는 거야!”
“이기기보다는 협동과 배려를 생각해 볼까?”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가요!”
교육적으로 따뜻한 의도와 그에 따른 발문이지만,
가끔은 경쟁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본능을
억누르는 폭력이자, 경쟁 활동을 지도하면서
경쟁보다는 협동을 우선시하는 모순이지 않나 싶다.
궂은 날씨에 운동장은 물웅덩이 투성이.
60 학급을 품기에는 부족한 강당 사용시간.
교실에서 할 수 있으면서 교육과정을 녹여내는
체육활동을 찾다가 네트형 경쟁
‘풍선 배구’를 선택했다.
말 그대로 경쟁활동.
두 팀으로 나누어 활동을 시작했는데
밝은 분위기 속에서 활동하는 것은
딱 첫 게임까지였다.
“선생님 팀이 불리해요! “
“어차피 우리가 져. 대충 해.”
“아 쫌! 앞을 보고 풍선을 쳐야지!”
체육 시간을 사랑하는 소위 말해 운동능력이
좋은 학생들은 소극적인 학생들을 탓하다가 그만
활동에 의욕을 잃어,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이미 주눅 들어버린 몇몇 학생들과
이기고자 하는 열정에 팀이 따라오지 못해
짜증만 늘어버린 학생들을 보니 신경이 곤두선다.
“그렇게 잘하니? 친구들을 탓할 만큼?”
“짜증 내는 소리가 들리네? 그럼 그만할까? “
선생님의 한 마디에 짜증을 내던 학생들은
눈치를 보며 꾸역꾸역 적극과 소극 사이
그 어디쯤에서 열정을 잃은 움직임을 이어갔다.
당연히 활동에서는 쫄깃한 승부를 찾아볼 수 없었다.
경쟁 활동은 시켜놓고
승리가 우선인 경쟁은 하지 말라는 모순적인 지도에
나 역시도 열정을 잃고 흐지부지 활동을 마무리했다.
물론 수준별 지도와 수준별 경쟁,
학습자의 수준에 맞는 활동 제시를 하는 것이
옳은 교육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수 없이 많은 활동에 이상적인 지도법을
적용하기에는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렇다고 무책임한 교육은 싫기에
학생들에게 함께 고민해 주기를 부탁해 본다.
‘팀원을 배려하며 협동하여 경쟁에서 승리해요!’
그 누구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이 믿기에
오늘도 의지해본다.
팀을 구성하는 방법부터
경쟁 중 불편한 상황을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까지.
경쟁과 협동은 함께 지도하기에 어렵지만
그 만큼 좋은 가치.
비록 어제의 ‘풍선 배구’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상처로 남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교사의 지도 방법에만 의존하지 않는 대신,
학생들과 생각을 모으는 과정을 통해
교육에 대한 고민의 깊이가 깊어진다.
이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력해서 값진 경험을 해보자는 것.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남을 배려하고 격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불편한 상황을 극복하려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
스스로를 통제하는 방법을 익혀 경쟁을 위해 필요한 협동의 가치를 느꼈으면...
‘그래요 선생님 욕심이에요.
그래도 너희는 할 수 있어요.
선생님은 너희에게 힘든 순간이 오면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와줄게요.‘
‘절제-협동-경쟁’이라는 선순환 구조
그중에 으뜸은 협동.
동심협력[同心協力]
마음을 같이하여 서로 도움을 뜻함.
오늘도 이렇게 편지쓰기를 통해 하는 학급경영이 힘을 얻어가고 있어요.
다음 이야기 미리 보기
Episode 6 곰손이어도 괜찮아요.
“선생님, 저는 미술 못하는데요? “
“빨리 끝내면 자유시간 줘요?”
5분짜리 ‘중’ < 1시간짜리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