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5
지금 나의 생활이라던가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록해두고 싶긴 했지만 글쓰기라고 생각하면 꽤 정리를 해야 하는 작업 같아서 미루어두었다. 하지만 오늘 바다를 따라 걷다가 보니 시간과 함께 잊혀질 순간과 그때의 나를 어떻게든 기억하고 싶어 진다. 그래서 아무런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적어보기로, 무겁다.
말해보기로, 말하는 것은 아니고
기록해보기로, 이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냥 해보기로 해야겠다.
나는 태국에 살고 있고 현재 세상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정말 난리도 아니다. 몇 달 전과 비교하면 아주 조금 나아졌지만 아직도 많은 행동들이 제한되고 사람들은 불안해하며 지내고 있다. 모든 것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공존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영특한 사람들은 이익을 만들어낸다. 야근과 토요일 근무와 회식이 잦았던 게 줄어든 것은 우리가 얻은 좋은 점 중 하나인데 주식으로 돈 번 거보다 더 좋다.
경제, 사회, 문화, 정치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모든 것은 변했고 이 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직장인의 고충은 퇴사만이 해결해주겠지만 말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인간들은 더 개인적이 되었는데 유행병은 그것을 더 증폭시켰다. 그런데 악화라고 표현할지는 의문이다. 지극히 내 개인적인 잡념일 뿐이지만 신이 존재한다면 신께서 내린 일종의 정리 같은 건 아닐까
사회적 거리를 두며 만남을 줄이고
불필요한 관계도 떠올려보고
그 속에서 불편했던 감정도 털어버리고
무리했던 모든 것들도 조금 덜어놓고
바쁘게 보냈던 삶에서 자아성찰도 하고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비도 하는
그런 시간을 주신 건 아닐까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은 없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어떤 일에 크게 상심하거나 스스로를 자책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삶에 대한 자세,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글쎄 정확히 무슨 질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모든 일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게 해답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태국살이의 장점은 보편적인 것부터 개인적인 것까지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편하게 해주는 것은 이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이다.
대충 할 거면 그냥 하지 마 라는 결과 지향적인 사회에서는 잘해야 돼 완벽해야 돼 하는 부담이 생긴다. 하지만 살다 보니 인생은 적당히만 해도 아무 문제가 없고 세상은 알아서 잘 굴러가더라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적당히 해도 될까 라는 의구심이 들고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해주는 것에 목말라있다.
태국 사람들은 현재의 가치를 중요시 여긴다.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노오오오력하는 것을 이해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는 하지만 수용하지 않는 것인지 나로서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인식하고 실천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런 태도는 태국에서 일하고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한국사람들에게는 힘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에게는 그저 아무래도 괜찮은 것이 지금 편하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