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태국 세븐일레븐 수준

240908

by alittlepicasso

태국은 세븐일레븐이 진짜 많다. 조금 번화된 동네는 길을 걷다 보면 방금 있었는데 조금 걸으면 또 있네 맞은편에 또 있네 하여간에 많다. 나는 아직도 세븐일레븐의 서비스와 직원들의 친절함과 종종 놀랄 때가 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아침마다 집 근처 세븐에 가서 커피를 산다. 개인컵을 가져가면 5바트 할인받아 아메리카노 1,000원, 아이스 아메리카노 큰 사이즈 1,500원이다. 아이스음료를 마실 때는 큰 스텐컵을 가져가는데 정량으로 만들고 나서는 얼음을 끝까지 채워주냐고 묻는다. 그러면 정말 꽉꽉 채워줘서 저녁때까지 안 녹는다.

저렴하고 먹기 간편한 도시락들도 많이 있다. 집밥을 거의 안 먹어서 세븐에서 자주 해결하는 편이다. 직원들이 일일이 다 데워주고 구워주고 한다. 한 번은 500원짜리 빵을 하나 샀더니 오븐에 구워주냐고 묻길래 구워달라고 하니 조금 굽다가 살짝 꺼내어 보고는 크리스피하게 해주냐고 묻는다. 크리스피 좋아한다고 하니 오븐에 다시 넣고는 더 노릇노릇하게 굽더니 연유와 설탕을 둘 다 뿌리겠냐고 묻는다. 편의점에서 고객취향까지 맞춰서 만들어주는 서비스라니 감동이다.


아몬드우유를 몇 개 사 먹었더니 그걸 기억했다가 지금 박스 구매하면 할인한다고 알려준다. 일부러 알려주는 걸 거절 못해서 한 번 주문해 먹었더니 그 후로 주기적으로 우유 다 먹었냐고 묻는다. 계속 묻는 통에 그냥 계속 먹게 되어버렸다. 내가 사주면 좋은 거라도 있는 걸까… 아무튼 오빠가 친절하니까 거절을 못하겠다. 우리끼리 ‘세븐오빠’라고 별명을 붙여줬다. (태국에서는 그냥 다 오빠다. ‘오빠’는 동남아의 국민 단어가 된 것 같다.)


그랩 같은 앱으로 배달도 가능하다. 한 번은 직원이 스피커폰으로 고객 주문을 받는 걸 봤는데 그냥 심부름꾼이 따로 없다. “커피는 꿀을 조금 넣고, 현미밥 하나 돌려주고, 그 어디쯤 있는 그거도 갖다 주고….. “ 직원들 눈치를 살펴보니 직원들끼리 서로 인상을 찌푸리며 왜 저러냐는 눈치다. 짜증 날 법한 상황에서도 태국인들은 불편한 상황을 만드는 것을 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제품 데워야지, 음료 만들어야지, 배송해야지, 진열해야지, 계산해야지 3교대 근무를 하며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월급은 얼마나 될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40-50만 원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참 밝게 일하는

모습들이 대단스럽다.

태국 세븐일레븐 좋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태국에서 간결하게 미니멀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