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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간결하게 미니멀라이프

by alittlepicasso

20240629

작년에 S 회사의 주거복지가 바뀌고 집을 구매해서 이사한 지도 1년이 지났다

7평짜리 작은 콘도인데 둘이 괜찮을까? 도 싶었지만 2년 반정도 살면 회사에서 사주는 꼴이고 이후에는 월세를 줘도 되니까. 그렇게 꾸겨 넣었다


어느샌가 좁은 집에 물건이 차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힘들어져 하나둘 가짓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고 보니 점점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물건을 줄이기 위해 가구를 버렸다

“그걸 버리면 그 안에 물건들은 어떻게 해?”

”다 버리는 거지 “

“나중에 필요하면 어떻게 해?”

“그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할 거야 “

쓸 수 있을 만한 것들은 기부상자에 넣었다


- 우산

두 명뿐인데 우산은 어디서 이렇게 많아진 건지 모르겠다

- 잘 안 입는 옷가지들

더운 나라에 웬 스카프니

- 선물 받은 텀블러, 행사 수건

언젠간 쓰겠지 했는데 쓰던 것만 쓴다

- 주방기구 양념들

주방에 가스레인지도 없다

- 뜨개질도구 그림도구

취미로 해볼까 했지만 한 두 번하고 처박아뒀다

- 팔아볼까 하고 한국에서 사 왔던 물건들

외국인은 팔 수가 없단다

- 여행 다니며 기념처럼 샀던 여행책들

필요하면 이북으로 보자


빈 공간이 조금씩 생기니 몸마음도 한결 개운해졌다

기타, 탁구채 등 아직 이별하지 못한 물건들이 있지만 천천히 비우려 한다

한국 부모님 댁 작은 방에 있는 우리 물건들이 신경 쓰인다 앨범들 연애편지들 겨울옷들…

다음에 가면 많이 비우고 와야겠다

태국에 있으니 잘 보일 관계나 특별한 행사도 별로 없어서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해 보기가 적당하다

부디 이런 생활과 생각을 오래 가져가고 싶고, 아직 S와 부딪힐 때가 있기는 하지만 천천히 타협해 가겠지


확실한 것은 버려야 되더라

비우면 또렷해진다

잘라진 관계

진심 없는 순간

상처를 상기시키는 것

지우고 싶은 과거

누군가의 잘못과

용서하지 못한 나까지도

웅켜쥐고 있을 필요가 없다

버리면 간단하다


시간을 붙잡고 기억하는 방법은 기록 밖에 없다고 수없이 사진과 영상을 찍고, 쓰고 적고 하지만 정작 우리는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것들에 노출되어 과거를 추억할 여유가 없다

부처님 말씀이 모든 괴로움의 근원은 욕망에서부터 온다고 하셨다 집착하지 말자

버리면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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