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무게

우리 딸은 거기 있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by alittlepicasso

한 해가 가고 1월도 지났다. 시간이 어쩜 이리 빨리 가는지 그런데도 너와 매 순간 같이 지낼 우리가 꿈꾸는 그날은 언제나 되련지 모르겠다.

그동안 한국에 다녀왔고 정리할 일들도 잘 마무리했지만 엄마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고 힘들었다. 한국에 단 열흘 있었을 뿐인데 이번에는 그야말로 소진된 느낌을 받고 돌아왔다. 고작 일 년에 한두 번 가는데 갈 때마다 챙겨야 하는 관계과 일, 그에 따라오는 감정들까지…… 충전되는 부분도 있지만 어떤면으로는 버겁다. 외국에 살아 장점 중 하나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으니 그나마 상대적으로 우리에게만 집중할 수는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가족에 대해 어쩌지 못하는 무력감, 한번 시작되면 멈추지 않는 불안과 부정적 사고들, 엄마를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돌덩이가 들은 거 마냥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하다가도 한편으로는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시리고 먹먹한 마음 때문에 불편하다. 이는 시도 때도 없이 불쑥 들어 어쩔 때는 크고 작은데, 언제쯤 끝은 나려나? 끝나지 않는다면 왜 나는 이런 불편한 감정들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인생이 된 건지 생각하다가 또 누군가에 대한 원망의 마음이 든다. 그런데 이건 그들이 이렇게 만든 것도 아니고 스스로 계속 붙잡고 있는 것임을 알면서도 내려놓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 돼서 힘들다. 이런 내 사정은 알아도 모르는 척 엄마는 늘 엄마가 제일 힘드니까 그리고 사실 어쩌면 그게 맞을 테니까……

지금 이곳이 안정적이지 않다한들 나는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 한국이 문제가 아니라 나는 내가 분리되어 숨 쉴 나의 자리가 필요하다. 가끔 드라마에서 사람들과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장면을 보면 외로운 마음이 든다. 그럴 때면 사람들 다 각자 하나씩은 사정이 있고 힘든 마음들도 마주하고 견디고 사는 거라고, 어떻게 좋은 것만 볼 수 있겠냐고, 돌아가서 부딪치며 살아볼까 문득 싶다가도 나는 아직 이 정도이고 회피할 수밖에 없다고 인정한다. 엄마가 보고 싶지만 함께 살 수가 없다. 한국에 갈 때마다 더 늙어있는 엄마를 보면 얼마나 더 몇 번이나 더 함께할 수 있으려나 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은 이렇게 지내는 것이 최선이다. 부디 제발 내가 걱정하는 것보다 엄마 스스로는 이만하면 당신 인생이 적잖이 괜찮았다고 느끼다 편히 가시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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