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연락 좀 해봐야지 하는 때가 있다.
부재중 전화에 답장메시지가 왔다.
"엄마 회사에서 송년회 중이야"
"그래? 맛있는 거 먹겠네~ 이따 선물 뽑기도 하나?"
"응. 작년에 갔던 데야. 내가 뽑는 게 아니고 뽑아서 나와야 하지~"
세상이 부정적이어보일 땐 이런 말꼬리를 잡는다.
"하여튼 간에~~~~"
"좋은 거 타고 싶다. 이제 2년 넘어서 10만원 상품권도 있어"
그 말에 나는 갑자기 어이없는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도대체 어느 포인트인가.
엄마가 뭘 하고 싶다고 말한 거?
전직장의 퇴직금까지 다 뜯기고 대출까지 끌어다 뜯기고 또 빚인데 다시 2년이나 근속한 게 대단한냥 이야기하는 거?
고작 10만 원 상품권을 받고 싶다는 게 애처로워서?
이렇게 지랄맞게 불쌍한 엄마인 것도 자식한테 죄 아닌가
내 삶 아니잖아 엄마 삶이고 정작 엄마는 살아가고 있으니 그만 내려놓자고 하는 중이었는데 터져버렸다
할머니에게.
나보다 더 엄마 인생을 불쌍히 여겨줄 사람이 있다면 할머니일 텐데 아직도 이런 꼴인 걸 보면 할머니가 하늘에서 도와줄 수 있는 건 없는 건가 봐?
얼마 전에 엄마가 꿈에 나왔어
내가 볼일을 보다가 무심코 옆을 보니 엄마가 와있더라
어쩐 일이냐고 물었더니 사위가 보내줘서 왔다는 거야
"힘들면 다 정리하고 언제든 오라며......"
"어 그럼 그럼 잘 왔어"
근데 정말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까 엎드려 꺽꺽 울며 하는 말이
"엄마는 딸 있으니까 괜찮아... 괜찮아... 그 말만 계속하더라
꿈이 신경 쓰여 전화를 해보니까 엄마는 역시나 술 한잔 한 목소리로 괜찮은 척하다가 또 우는 거 있지? 만져보지도 못한 돈 또 빚만 갚다 죽는 인생이라며... 죽어라 일했는데 대체 인생이 이게 뭐냐고 하면서 말이야.
그렇겠지. 딸이 있어도 현실은 괜찮지 않겠지.
뒤를 봐도 앞을 봐도 망한 거 같겠지. '
엄마가 불쌍하고 가엾다.
다시 내가 살아줄 수 있으면 그러련만.
엄마의 거지 같은 인생 때문에... 그게 나를 못살게 한다.
엄마 인생은 엄마 인생, 내 인생은 내 인생 이렇게 분리되면 좋겠는데
그게 말처럼 쉽나. 엄마 인생에 내가 있고, 내 인생에 엄마가 있는데!
정말 겨우... 그깟 도박에 너의 인생과 엄마 인생까지 팔아넘겼니?!
엄마 장례식장에서나 보자고 말했을 때 너는 네가 항상 옳은 줄 아냐고 했다.
누구 하나 죽으면 끝이 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