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첫 글
' 처음'이라는 단어가 설렘으로 다가오시는지요?
대부분 사람들은 설렘을 느끼지 않을까.
저 단어 앞에서는 왠지 모르게 하얀 도화지를 떠올리게 된다. 아직 어떤한 것도 칠해지지 않은 흰 도화지.
처음의 설렘을 느껴본 지 참 오래되었다.
꼬맹이 초등학교 시절, 처음 마주하는 학교라는 곳은 어린 나에게 얼마나 설레는 곳이었을까.
대학교 첫 입학이야 말할 것도 없을 것이고. (물론 설렘에서 걱정으로 넘어가는 나를 볼 수도 있었지..)
풋내기 신입사원이 느꼈을 첫 출근의 설렘은? 그것도 참 다른 느낌의 설렘이었겠다.
설렘의 순간들을 떠올리는 일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지만 원하던 건반을 사서 집에 돌아올 때의 기억만큼은 선명하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커피를 몇 잔 내리 마셔서 밤늦게까지 심장이 두근대던, 그런 두큰거림이랄까..!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하루에 한 색깔씩 칠할 수 있는 도화지가 주어진다면 지금 내 도화지는 많이 진해져있을 것 같다. 같은 색깔을 여러 번 칠했을 것 같기도 하고, 여러 색을 겹쳐서도 칠했을 거고, 어제는 연노란색을 칠했지만 그 다음날 바로 진한 회갈색으로 덮어버렸을 수도 있고. 그래도 어떤 날은 투명하게 연하늘색을 칠했을 것 같기도 하다. 색 없이 물 한 방울 묻혀서 쓱 닦아냈을 날도 있었겠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축하 메일을 받은 날은, 음... 아마도 좋아하는 보라색과 진한 파란색을 적당히 섞어서 나름 만족스러운 예쁜 색을 만들었을 것 같다. 그걸로 내 소중한 도화지 한켠을 가득 메웠겠지!
참 기뻤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것들로 마음이 꽈악 찼다.
의례적인 문구였을 테지만 유달리 '축하'라는 의미가 크게 다가왔고, '기대'라는 단어 또한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누군가에게 첫 시작을 축하받는다는 것은 참 소중한 것이구나.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군.'
'내 글을 기대한다고? 누군가에게 기대를 받고 있다니. 이런 말은.. 음. 참,듣기 좋으네..!'
처음은 이처럼 마땅히 축하받을 일인가 보다.
겪어보지 않았기에 처음 걸어가야 하고, 처음이라 무한히 자유로운. 처음 누군가를 만나고, 처음 원하던 것을 배우고, 처음 어딘가를 가보고. 사소하고 작은 일들이지만 처음이라는 것만으로도 축하받고 응원받을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면서 점차 주위의 기대함을 가져온다.
처음이 쌓여서 반복이 되고, 그 반복들은 자연스레 주위의 시선을 데려오고. 그러한 반복들이 쌓여서 '내'가 되어간다. 두근거리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거운 일이기도 하다. 무거운 일이어야만 한다. '처음'의 집합들이 '책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결국엔 책임을 다하는 글을 쓰고 싶다.
벌써 첫 발은 내디뎠다.
(처음의 느낌이 이런 것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