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하지 않은 시간은 없다
가만히 보고 있자면 식물처럼 신기한 것도 없다. 오다가다 무심하게 물 한 번씩, 햇살 적당히 내려오는 곳에 그냥 두었을 뿐인데 몇 개월 전과 후 모습이 달라져있다. 가만히 있어서 숨은 쉬고 있나 했는데 문득 시선이 가서 바라보니 '아니 이만큼 자랐어?'라는 감탄사를 자동으로 내뱉게 만드는 녀석들. 주인장이 좀 더 세심해서 날짜를 꼬박 새 가면서 물도 주고 영양분도 줬다면 훨씬 더 많이 자랐으려나. 무심한 나의 간헐적 보살핌 속에서도 한 생명체로서 아름답게 살아보겠다고 여린 잎사귀를 낸 모습들을 보자니, 신기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경건해지기도 하고.
식물이 자라는 속도는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아서인지 참 느리게만 느껴진다. 어제 봤던 줄기는 다음 날 봐도 똑같은 곳에 달려있고, 그 다음날 가서 또 봐도 그제 그곳에 달려있다. 그런데 시간이 부쩍 지난 후에 다시 그 줄기를 보면 갑자기 달라져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리게 나있던 그 줄기가 어느새 꽤 도톰해져서 제법 어른 줄기인 양 건강미를 뽐내는가 하면, 그 줄기를 의지하여 또 다른 여린 잎들이 자라나고 있다...! 어느새 이만큼 자란 거야? 그제서야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낸 어여쁜 내 고무나무의 시간들이 보인다. 고무나무는 매일 손톱만큼이라도 성장하고 있었고 그가 보내온 매일의 시간들은 매우 치열했고, 또 매우 고요했다.
무심한 주인장의 눈으로는 볼 수 없었지만, 홀로 고요히 깊어지고 있던 고무나무의 지나온 시간들은 어땠을까. 어느 날은 바람이 대차게 들어와서 자꾸만 몸이 흔들리기도 했을 것이고, 또 어떤 날은 예기치 않은 비 소식에 온몸이 흥건히 젖어있었을 것이고. 운이 좋은 날은 일렁이는 바람과 간간한 햇살에 기분 좋은 낮잠을 자기도 했을 테지. 그렇게 성실하게 지내온 하루, 하루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었겠다.. 오늘 쌓아온 나의 하루도 이 탄탄한 고무나무의 하루와 닮았을까. 아침, 점심, 저녁 세 가지로 무미건조하게 구분 짓기에는 너무도 다채로운 나의 소중한 시간들이 하루하루 흘러간다. 아침에 해 뜨기 전 고요한 새벽에서부터 노을이 지고 난 어스름 저녁때까지. 고요하게, 그러나 깊게. 누군가 겉으로 볼 때는 어떤한 변화도 없는 것 처럼 보일지라도 혼자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시선과 생각들로 온전히 하루를 채워가는 이 잔잔한 시간들.
탄탄히 쌓아온, 눈부시게 소중한 나의 하루들이 모여간다. 다른 사람의 메마른 평가 따위는 필요 없다. 오롯이 쌓아온 나의 하루들은 고목나무만큼이나 푸르르게 자라나고 있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