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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물 Oct 27. 2019

간간이 유려한 날을 나눈다

늘 옆사람보다 먼저 눈을 뜬다.

늘 옆사람보다 먼저 눈을 뜬다.

해가 막 뜬 시간엔 주로 옆사람을 보거나 무력하게 안겨 생각하거나 천장의 무늬를 오래오래 바라본다.

단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가만히 있는데에 노력을 쏟는다. 그러다 심술이 날 만큼 견디기 힘들어지면 방해하고싶어 안달난 사람이 된다. 옆사람의 살갗을 만지고 건들이고 살살 꼬집으며 잠을 깨운다.

뭐라도 하고 놀고싶어. 깨어있는 것과 같이 있고싶어.


느지막하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그대로 소파에 누웠다. 비슷해 보여도 나름 몇 발짝 움직였다 서로를 도닥인다.

소파에 앉고 눕고 바닥에 내려갔다 몸을 포개면서 주문한 음식이 오기를 기다린다. 조금 늦는다 싶으면 벨이 울린다. 일회용기가 집요할 정도로 잔뜩 담긴 봉지를 풀어헤쳐 탁자에 늘어놓는다.

성실할 입 만큼 눈과 귀도 심심하지 않았으면 해서 넷플릭스에서 다큐를 골라 틀었다.

바쁘게 젓가락을 움직이며 tv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간간이 공감하고 적당히 아는 체를 하며 음식을 줄여나간다. 어느새 얇은 용기들이 비워졌다.

다시 소파. 그는 피곤과 잠이 많다. 포개어 누워있다 코를 곤다. 슬쩍 빠져나와 하늘을 본다.

오늘은 바람과 하늘이 좋다. 실내에 있어도 넉넉하게 상상할 수 있는 인심 좋은 날이다.

오늘 같은 날에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달뜬 마음을 가질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다 먹은 쌀국수나 분짜같은것들을 치우지 않고 늘어놓은 채로 소파에 대충 널부러져있다.

옆사람은 어김없이 잠에 빠졌고 나는 뜬 눈으로 하늘과 구름을 본다.

소파는 푹신하고 월요일 오후는 나른하다.

열어놓은 창으로 하늘과 바깥소리가 흘러들어온다. 깨어있는 자에게도 눈을 감은 자에게도 유려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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