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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집순이 Jan 09. 2024

글쓰기에 마음의 문을 열다

시작은 기록어플이었다

어릴 때부터 적성검사만 했다 하면 작가라는 직업은 눈치도 없이 늘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그 무수한 직업 목록 중에 하필 작가라니, 마음에 안 들었다. '그 많은 직업 중에 왜 나는 이렇게 작가만 나오는 거야? 나는 싫어, 작가는 보통만큼 해서는 돈 많이 못 벌잖아, 적당히 해도 돈 따박 따박 버는 회사원 할래, 아무리 문과 체질이라도 난 이과 갈래'. 돌이켜보면 언젠가는 작가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예지력에서 기인하여 작가라는 직업을 하찮아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결국 35살이 되어서야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을 겨우 인정했다.


글쓰기에 대한 마음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사실 글쓰기라는 세계가 따로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마치 어떤 나무가 문득 눈에 띄었는데 원래 그 자리에 있었는지 없었는지 아예 몰랐던 것처럼. 현실보다 잠의 세계가 훨씬 좋았던 그때의 나는 뭔가를 쓰는 게 시간낭비라고 여겼고, 왜 하는지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나와는 아예 동떨어진,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미지의 누군가를 떠올리듯이 했다.


시작은 몇 개월 전이었다. 우연히 마음의 여유가 생겨 꿈이란 걸 적어보았다. 우울증을 4년째 달고 있던 터라 원대한 꿈은 꾸지 못하는 바람에 꿈목록은 꽤 현실적이었다.


꿈목록

1. 우울증 약 끊기
2. 식물 죽이지 않고 한 번이라도 키워 보기
3. 살림과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되어서 언젠가는 27첩 반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오며 "차린 것도 없다, 있는 걸로 대충 했다"는 멘트를 쿨하게 날리기


꿈을 적어보니 어쩐지 기록이란 걸 남겨보고 싶었다. 블로그를 해볼까 하여 들어갔더니 흑역사가 난무하여 도저히 쳐다볼 수 없는 지경이었지만 나름의 추억이라 지우고 싶지는 않은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블로그는 그냥 그대로 덮어 두고 빠져나와서 다른 기록 앱을 찾아보았다. 이것저것 깔아보고 제일 마음에 든 앱이 '베터'였다. sns에서 어떤 동일한 기록을 모으고자 특정 계정을 새로 만들어 관리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구성이었다. 디자인부터 심플한 데다 광고 없이 조용하고 익명성도 보장되어 있었다. 그곳에 꿈을 이루기 위한 하루의 조각을 조금씩 기록하기 시작했다.


기록은 한 달 만에 허무하게 끊겼다. 바쁜 일이 많았던 것은 핑계고, 별로 애정이 생기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앱에는 사용자를 다시 끌어들이는 숨겨진 무기가 있었다. 비슷한 결의 사람들이 많이 포집해 있는 것이 그것이었고,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했다. 고작 몇 번 댓글을 주고받던 사이인데 뜸하다며 안부를 물어 주는 사람들로부터 알림이 왔고, 어쩌다 한 번 게을렀다며 근황을 올리면 그렇게 반겨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끌려들어 가듯이 베터에 정착했다.


달랑 다섯 글자만 적은 도 있을 만큼 베터에서 하는 기록은 가벼웠다. 아무렇게나 올려도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다. 가벼움과 자유로움, 또한 그 모든 걸 포용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그 앱에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여 아무거나 꾸준히 쓰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마음이 하는 소리를 글로 옮기게 되었다. 가끔 '글이 따뜻하다'는 칭찬을 들으면 날아갈 듯이 기뻤다. 그렇게 마음의 문을 거의 다 열어버렸다.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lifeplatform.better

(어플이 궁금하신 분이 있을까 싶어 올려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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