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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니왕 Oct 21. 2024

성스러운 사랑 33화

1-33화 행복하자 우리!

 나는 면회를 끝내고 내무실로 올라와서 나는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기억은 머리에서 꺼낸다.

 언제부터일까?

 언제부터 학교에 갈 생각을 했을까?

 혹시 학교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건 아닐까?

 어디서 지내는 걸까?

 학교에 간다고 하면 못 가게 할까 봐 몰래 간 것일까?

 부모님한테는 말을 했을까?

 뭐가 그리 급했을까?

 내 머릿속은 온통 물음표다.

 나의 상식선에서는 답을 찾지 못하겠다.

 매일 이제 며칠만 참자 그렇게 남은 일수를 생각하며 제대 후 함께 보낼 날만 기다리며 그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깜깜해지면서 마치 일일드라마 속 주인공이 갑자기 바뀌면서 이야기 전개가 바뀌는 것 같이 앞으로 그리던 내 삶의 모습이 온통 검은색으로만 보인다.

 아마도 부모님은 내가 군생활에 적응 못하고 사고 칠까 봐 말을 안 한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라 했을 것이다.

 기억을 되살려본다.

 작년에 말자가 왔을 때 뭔가를 숨긴 것 같더니 이거였다.

 


 

 띠띠띠~ 휴대폰 알람이 울리기 시작한다.

 새벽 4시다.

 캄캄하다.

 대충 눈곱만 떼고 두껍고 싸구리 파카 입고 나온다.

 “우쒸~춥다~ 벌써 이렇게 춥노” 나는 혼자 입김 인지 담배 연기인지 모르는 것을 뱉으면서 춥다고 신경질을 낸다.

 차 문짝이 얼었는지 빡빡하다.

 “이놈의 똥차 바꾸든가 해야지” 몇 번을 시동을 거니 겨우 시동이 걸린다.

 매번 고쳐야지 하면서도 이러고 있다.

 차에 탄 나는 카세트테이프 검지로 쑥 집어넣는다.

 ‘찰칵’하고 들어가는 소리와 3초 후 “비겁하다. 욕하지 마라~ 비린내 나는 부둣가를”‘캔의 내 생의 봄날을’이라는 노래가 들린다.

 나는 자동으로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얼마나 많이 반복을 듣었는지 차에 타면 항상 이 노래다.

 5시다.

 민락동 수산시장 앞이다.

 “뭔데 벌써 이렇게 입구부터 막히노.”나의 구시렁 병이 또 나왔다.

 요즘 혼잣말을 자주 한다.

 조금씩 움직인다.

 입구에서 유턴해서 돌아가는 차들도 있다.

 뭔지 모르지만 기다려본다.

 입구에 도착하니 어디 양아치 같은 새끼들이 어디서 구했는지 야광봉을 들고 멈추라고 한다.

 창문을 내리라고 한다.

 나는 착한 아이처럼 창문을 내린다.

 “혹시 어디 갑니까?”

 “미도 수산 가는데요.”

 “안됩니다. 돌아가세요. 못 들어갑니다.”

 “왜 못 들어가요. 물건을 받아야 납품을 하죠.”

 “그러니깐 광안 수산, 민락 수산, 부산 수산 이 세 군데에서만 물건 받는 차만 들어갈 수 있다고 돌아가라고.”

 이 새끼들이 갑자기 반말을 한다.

 대충 감이 왔다.

 ‘왜 이러는지’ 알겠다.

 “왜 반말을 하고 지랄이고? 날도 추운데 비끼라.”

 “이게 돌았나? 니 내려봐. 새끼야 내려봐라고.”

 “아~ 이 어린놈의 새끼들이 새벽 똥 바람 쐬더니만 입이 돌아갔나? 말이 자꾸 짧고 더럽네.” 나는 내린다.

 “이 새끼! 니 뭔데, 뭐 좀 있나? 니 생활하는 놈이가? 어디서 생활하는데?”

 “거참~ 이 새끼 끝까지 말이 짧네. 어린놈의 새끼가! 광안 수산 하는 거 보니깐 너그 저쪽 애들인가 보네? 그라고 안 춥나? 새끼들아 돕바라도 걸치라. 뭔 새벽부터 비린내 나는 곳에 양복 입고 와서 지랄이고?”

 “이 새끼 이거 또라이네?”

 “내 또라이 맞다. 니 있어봐라.”

 나는 휴대폰에 연락처를 쭈욱 내리고 있는데, 저 끝에서 누가 뛰어온다.

 “뭐꼬? 무슨 일이고?”

 나는 돼지 같은 놈이 뛰어오기에 안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 돼지는 나를 한참 본다.

 “어~ 혹시 깐돌이 형님 아닙니까?”

 “니 누꼬? 있어봐라. 내 통화하고 이야기하자.”

 나는 연락처에 찍힌 번호대로 통화버튼을 누른다.

 “여보세요. 어. 와?”

 “행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새벽부터 와? 차를 잡고 못 들어가게 하는데예?”

 “하하 니도 잡더나? 니 입구에 있나?”

 “네. 차로 밀고 가 뿌까예?”

 “꼴통 새끼 기다리 봐라.”

 담배 물고 뒷짐 지고 팔자걸음으로 걸어오는 남자를 향해 이 새끼들은 90도로 인사를 한다.

 개똥이 형님이다.

 어릴 때부터 산동네에 살 때 맨날 싸웠던 형님이다.

 중학교 때 득을 많이 봤다.

 아무튼, 양아치 형님이다.

 “행님! 오래만이네예. 근데 이게 뭡니까? 작년에 월드컵을 치른 2003년 아직도이랍니까?”

 “내가 이라고 싶어서 이라나? 위에서 하라니깐 하지! 근데 니 살이 많이 빠졌네! 부모님은 잘계시제?”

 “빨리 가야 합니다. 들어가게 해주소. 아니면 우리 엄마한테 전화합니다. 개똥이 행님이 일 방해한다고!”

 “아~ 이새끼~ 빨리 가라.”

 나는 차에 올라타면서 입구에 막은 새끼 뒤통수를 한 대 때린다.

 “행님 근데 내일도 이랍니까?”

 “아이다. 오늘 이래 끝내고 합의 볼기다.”

 “고맙습니데. 행님 다음에 소주 한잔 합시데.”

 

 나는 수산물을 가득 채우고 다시 집으로 간다.

 도착하니 8시다.

 양아치 새끼들 때문에 시간 다 보냈다.

 “다녀왔습니다.”

 “씻고 밥 묵어라.”

 “공주는 아직 자요?”

 “아까 일어나더니 다시 자는가 보다. 깨워라.”

 나는 딸 방으로 간다.

 “공주! 일어나요.! 밥 묵고 유치원 가야지.”

 “아이~ 아빠 냄새난다. 씻어~”

 “네~ 알겠습니다.”

 씻고 나오니 밥상이 차려져 있다.

 “아버지는 어디 갔어?”

 “몰라~ 영감탱이가 새벽부터 밥 묵고 산에 간다고 갔다.”

 “잘 먹겠습니다. 공주~ 오늘 유치원 아빠 차 타고 갈까?”

 “싫어! 아빠 차 비린내 난다. 그냥 할매랑 걸어갈 거야.”

 “추운데?”

 “아이고 그냥 밥이나 묵어라. 알아서 한다.”     

 

 오전 10시

 나는 새벽에 입은 파카를 다시 입는다.

 “갔다 올게요~ 엄마 내 간디.”

 “그래~ 운전 조심해라.”

 ‘비린내 안 나는데’ 차에 올라타면서 코를 킁킁거리면 차 안을 이리저리 갖다 대본다.

 오늘은 7군데 돈다.

 횟집 돌면서 고기를 채워주고 수족관 물도 갈아준다.

 “사장님~”

 “어! 일찍 왔네? 밥은 묵었나? 점심 묵고 가라.”

 “묵었어예. 물은 안 갈아도 되겠네예. 괴기만 채워 넣고, 그리고 낚지 몇 마리는 서비스로 넣어드릴게요.”

 “오야~ 고맙디.”

 ‘서면 횟집’ 이 집 사장님이 이일을 소개해줘서 시작했다.

 

 오후 3시

 집에 오니깐 빨간 유치원 가방만 거실 중간에 던져져 있고 아무도 없다.

 “여보세요~ 아빠! 할매 바쁘다.”

 “할매 뭐 하는데 바쁜데?”

 “할매 돈 따야 한다. 지금 할매 피박이다.”

 “알았다.”

 말 안 해도 어딘지 알 것 같다.

 나는 또 씻는다.

 이제는 제대로 씻는다.

 대충 밥을 차린다.

 언제 방송했는지도 모르는 코미디 프로를 보면서 밥을 먹는다.

 오후 4시 반

 나는 체육관으로 간다.

 태권도 도장 사범 일을 한다.

 5시부터 시작되는 초등부 애들을 가르치고 나면 정말 녹초가 된다.

 7시부터 시작되는 중ㆍ고등부 애들은 가르칠 게 없다.

 미트만 좀 잡아주고 편하다.

 그렇게 도장 청소까지 마무리하고 집에 가면 10시다.

 나는 군대 제대 후 이렇게 5년째 생활을 한다.

 이제 익숙해졌다.     

 

 “여보세요. 친구 바쁘나?”

 “어쩐 일이십니까? 사장님께서 아침부터 전화를 다 주시고?”

 “그래 영광인 줄 알아라.”

 “네. 네. 말씀하세요.”

 “오늘 알제? 다 온다니깐 온나? 연예인도 서울에서 내려오고 있단다.”

 “병팔이? 온다나?”

 “응~ 온단다. 차돌이도 사모님이랑 같이 온다고 하고, 나도 5시쯤 되면 세트로 움직일 거니깐? 니도 세트로 온나!”

 “알았다. 같이 가던가 해볼게. 근데 나는 7시 조금 넘어야 된다. 초등부는 봐주고 갈게.”

 “그래.”

 아침부터 철수가 확인 전화가 왔다.

 철수는 고등학교 때부터 그렇게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 일을 하더니 지금은 오토바이 대리점을 한다.

 오늘은 동우가 제대하는 날이다.

 25살 늦게 군대 가서 27살 이제 제대를 한다.

 늦게 군대 가서 고생을 엄청 했을 거다.

 오늘 모임은 동우 제대 기념 모임이다.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는지 모르겠다.

 “자~ 그만 오늘은 여기까지. 차렷! 경례!”

 “태권!”

 끝났다.

 중. 고등부는 관장님 혼자 봐주기로 했다.

 마음이 급하다.

 너무 보고 싶다.

 ‘스타 소주방’ 간판만 봐도 추억이 떠오르는 곳이다.

 입구부터 철수 특유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여기! 여기다.”

 애들이 나를 보고 손을 흔든다.

 중간에 자리 잡은 동우는 일어나서 “충성” 장난으로 거수경례를 한다.

 나는 말없이 동우를 한번 안는다.

 “고생했다. 쥐똥!”

 이 한마디 하자마자 애들은 며칠은 굶은 개처럼 달려든다.

 “요즘 군대가 군대냐!”

 “기간도 짧아졌고, 엄청 편하다.”

 “나 때는 얼마나 빡 세고 힘들었는 줄 아나?”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수연이 안녕!”

 한쪽 구석에 철수 딸이 나를 쳐다본다.

 “수연아 안녕하세요. 하고 삼촌 돈 주세요. 해야지.”

 “야~ 오~미자 좋은 거 가르친다.”

 “미자라 하지 마라 했제. 미연이! 미연이!”

 철수가 광분한다.

 “아! 네. 미연 씨 미안해요.”

 철수랑 미자는 아니 미연이는 3년 전에 결혼했다.

 철수의 끈질긴 구애로 결혼까지 했다.

 철수와 미연이 이름을 따서 수연이라 지었다고 한다.

 차돌이는 내년 5월에 현주랑 날 잡았다.

 현주는 잘 나가는 미용실 원장님이시다.

 우리는 현주를 사모님이라 부른다.

 “자~한잔 받아라.”

 병팔이가 소주를 한잔 따라 준다.

 병팔이는 나름 인디밴드에서 알아주는 기타리스트다.

 얼굴 보기 제일 힘든 놈이다.

 “병팔아~ 내 니 지켜보고 있다. 알제? 내만 니 CD샀다.”

 “그래~ 고맙다. 고맙습니다. 사인해줄까?”

 “싸인 까지는 됐다.”

 “근데 왜 혼자왔노? 니 세트들은? 날은 잡았나?”

 “날은 무슨? 올기다. 저기 오네!”

 연우는 나의 딸 유리공주 손을 잡고 들어 온다.

 “말자야 여기! 여기다.”

 

 “말자 아니다고, 연우다고. 이연우!”


코끼리마늘꽃

 그동안

 성스러운 사랑 그남자를 읽어 주셔셔 감사합니다.

 조만간 그여자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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