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책을 소개하는 한 편의 글을 쓰는 데 몇 시간이 걸렸는지 모른다. 머릿속으로 얼개를 짜도 손끝은 키보드 앞에 한참을 머뭇거렸다. 오후 2시에 쓰기 시작한 글을 5시가 돼서야 간신히 매듭지었다. 그래도 쓰다 보면 점점 익숙해질 것이라는 믿음은 내가 다른 시작을 하게 만들었다.
첫 글을 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인과 함께 책을 소개해 주는 뉴스레터를 시작했다. 스스로 '글 마감'이라는 데드라인을 정해둔 것이다. 그래야 게으르지 않게 꾸준히 글을 써나갈 것 같았다. 격주로 한 편의 글을 쓰는 게 습관이 되니, 지난 8월부터 1일 1기록을 실천하고 있다. 벌써 시작한 지 100일이 지났고 100개가 넘는 기록이 쌓였다. 어느새 1일 1기록도 익숙해졌다. 나는 글을 쓰는 습관을 더 다지고자 10월 한 달 동안은 매일 에세이를 쓰는 캠프를 등록했다. 그리고 한 해를 정리하는 12월, 또 글쓰기 시작한다.
나의 2021에는 수많은 시작이 있었다.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한 것도 여러 시작 중 하나이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은 시작은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글쓰기는 가끔 내 마음이 담지 못할 감정의 탈출구가 되었고, 보석처럼 빛나는 일상의 문장을 기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매일 밤, 오늘 하루를 돌이켜보는 습관을 갖게 했다. 이 모든 것은 키보드 앞에 머뭇거리던 그 순간에서 탄생했다.
지금의 나는 수많은 시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작하려는 마음이 없었으면, 시작하고자 하는 용기가 없었으면, 나와 글쓰기는 마치 북극곰과 열대우림처럼 동떨어져 있었을 것이다. 이번 글쓰기를 시작하며 마음이 식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