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컵 갑질 이슈가 한창 일 때, 언젠가 한 번 친구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어쩌면 우리는 아직 갑질을 할 충분한 권력을 갖지 못했을 뿐인지 모른다고. 언젠가 그런 권력을 갖게 되면 갑질 괴물을 욕하는 우리도 언제든 괴물로 돌변할지도 모른다고. 실제로 그런 대화를 나눈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일반인의 갑질 뉴스들도 연일 지면을 채웠다. 어쩌면 우리는 대단한 돈이나 권력을 갖고 있지 않아도 누구든 '괴물이 되지 않으려'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운명인지도 모른다.
그는 미드나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뉴욕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뉴욕 곳곳에 숨겨진 괴물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동시에 법과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풀어낸다. 법의 최전선에서 제소자와 함께 호흡하며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그를, 미국 도서관 지하에서 먼지로 뒤덮인 전태일 평전을 읽으며 '인간적 과제'를 고민한 그를 함께 지켜보며 한 장 한 장 넘어갈수록 그도 성장하고, 나도 성장한다.
책 제목에서 그는 스스로를 겸손하게 '초보' 검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확실히 느낄 수 있다. Super hero는 못 돼도 Super hearer는 되자는 사람, '그래 봤자 사람이지만 그래도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 그런 충분히 좋은 사람을 '초임' 검사라고는 부를 수 있어도 '초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순수함이 퇴색된 다른 선배 검사들보다 더 검사다운 검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가 말한 것처럼 '사람은 언제나 법보다 크다'. 그에게도 이 책은 자기 선언적인 글쓰기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그렇듯 그도 시간이 지나고 미래의 언젠가 오늘을 다시 돌아봤을 때, 그리고 훗날 이 책을 다시 읽었을 때에도 부끄럽지 않기를 함께 기도한다. 우리는 너무도 나약한 인간이라,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며 작은 유혹에 흔들리고 흔들리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새 언젠가 괴물로 변해버린 우리를 마주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