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경욱 Feb 07. 2020

내가 지금 마스크 업체 사장이라면, 가격을 어떻게 할까

그야말로 마스크 대란이다

지난 31일 광주 서구 한 대형마트의 마스크 진열대에 매진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불안 때문에 보건용 마스크 품귀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장당 2~300원씩 하던 KF94 마스크가 10배가량 오른 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마스크 값 10배 치솟았는데…"없어서 못 팔아", MBC)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는 이미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 브로커들의 '사재기' 때문이다. (마스크 공장 앞 中 브로커들 "전세기 띄울 판", 노컷뉴스)


연일 마스크 관련 뉴스가 넘쳐난다. 자고 일어나면 마스크 가격이 폭등한다. 비트코인을 빗대어 마스크코인이라 부르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1번가나 G마켓 등 오픈마켓에서 활동하는 일부 판매업자들은 욕먹을 것을 각오하고 기결제된 물량도 일방적으로 취소해버리고 더 높은 가격으로 다시 판매하기도 한다.


유래 없는 마스크 대란에 정부는 '긴급 수급 조정조치'를 발동했다. 또한 매점매석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이를 집중 단속하고 해외로 반출되는 마스크도 통제하기 시작했다.("가격이 터무니없네요"… 식약처 마스크 신고센터에 신고 '봇물', 연합뉴스)


공급이 한정적인 상태에서 수요가 폭증하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경제학 원리다. 하지만 국가적 재난 상태를 이용해서 폭리를 취하며 한몫 챙기려는 마스크 제조업체나 유통업자들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소비자 입장으로서는 이런 한탕주의 판매자들에게 분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잠시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만약 지금 내가 마스크 업체 사장이거나 유통업자라면, 나는 기존 가격 그대로 마스크를 팔 수 있을까?


만약 지금 내가 마스크 업체 사장이라면?

(사진=뉴시스)

이런 질문을 주변 사람들에게 던져봤다. 돌아오는 답변은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볼 수 있었다.


1. 기존 가격 그대로 판매하면서 이를 계기로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고 장기적인 이익을 도모한다.

2. 이건 일생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이므로 눈 딱 감고 한몫 챙긴 이후 그 돈으로 더 좋은 일을 하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번을 골랐다. '지금 당장의 큰돈'도 좋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이번 기회가 강력한 브랜드를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고 향후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지금 당장은 큰돈'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 한 번 계산해보자. 1년에 마스크 50만 장 팔던 회사에 한 건에만 30만 장 짜리 주문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30만 장 짜리 주문은 좀 대형 거래일 수 있으니 그렇다면 10만 장 짜리 주문을 가정해서 현 시세대로 계산하면 어떻게 될까


마스크 판매량 10만 장 기준

기존 : 300원 x 10만 장 = 3,000만 원
현재 : 2,000원 x 10만 장 = 2 억 원

추가 수익 : 2 억 원 - 3,000만 원 = 1억 7,000만 원

(마스크 단가는 MBC 보도 기준)

단 한 번의 거래로 1억 7천을 '' 벌 수 있었다. 이런 거래가 10번만 더 이뤄져도 17억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처음에는 1번을 선택했던 사람도 구체적인 숫자를 보고 약간 생각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1과 2번 사이 어딘가쯤의 답변도 있었다. 일부 물량은 국내에 정상가로 판매하면서 일부 물량은 중국으로 판매하며 단기와 장기 이익 모두 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국내든 중국이든 모든 시장에서 물량이 부족한 상태이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의 물량을 국내와 중국으로 나눌 것인가의 문제에서 큰 어려움에 봉착한다. 무엇보다 구체적으로 계산된 숫자를 보고 나면 2번에 좀 더 가까운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반면에 금액이 얼마더라도 1번을 고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마스크 사장들도 장사 하루 이틀 하는 사람들이 아닐 텐데 장기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이 한 명도 없을 리는 없다. 그런데도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는 사람들의 소식은 크게 들리지 않는다. 대체 왜 그럴까


마스크 업체 사장들은 왜 장기적인 관점의 경영을 안 할까?

(사진=KBS)

첫 번째 이유는 사실 마스크 시장이 생각보다 영세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2018년 전체 의약외품 시장이 1조 4,473억이었음에 반해 보건용 마스크 시장은 1,145억 원(전체 시장의 약 8%)에 불과했다. 보건용 마스크 시장은 미세먼지 등의 이슈로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성장한 시장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박카스디액의 1년 매출액이 1,436억 원임을 감안할 때, 2018년 한 해동안 팔린 보건용 마스크를 다 모아도 단일 제품 박카스 하나의 매출액을 따라갈 수가 없다. ([2018년 의약외품분야 실적은] 보건용 마스크 생산 큰 폭 증가, 내일신문)


시장이 작고 마진이 박한 데다가 봄철 반짝 팔리는 상품이라 LG생활건강, 유한킴벌리 같은 주요 대기업들도 OEM 방식으로 공급받는다. 우리나라 123곳의 생산기업이 하루 800만 장~1,000만 장 정도의 마스크를 생산한다. (하루 생산 800만, 재고 3100만 장···왜 마스크 없다 아우성일까, 중앙일보) 


시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략적으로 계산해보자. 123곳의 업체가 1,145억의 매출을 올린다고 계산하면 한 업체의 연 매출은 9.3억에 불과하다. 이런 작은 시장에서는 장기적 사업 관점에서 이익을 생각하며 사업체를 키워가기보다 이슈가 있을 때 한 탕 치고 빠지자는 '한탕주의'로 빠지기 쉽다.


두 번째 이유는 마스크가 대표적인 저관여 제품이기 때문이다. 저관여 제품이란 말 그대로 소비자의 관여도가 낮은 제품을 말한다.

제품의 중요도에 따라 분류, 제품에 대한 중요도가 낮고, 값이 싸며, 상표 간의 차이가 별로 없고, 잘못 구매해도 위험이 별로 없는 제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의 의사결정 과정이나 정보처리 과정이 간단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제품을 말한다.

출처 : 저관여 제품 네이버 지식백과, New경제용어사전

마스크 같은 브랜드에 따른 제품의 차이가 크지 않은 저관여 제품들은 브랜드보다 가성비가 중요하다. 모든 소비자가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많은 소비자들은 특정 브랜드의 마스크를 선호하기보다 가성비 좋은 마스크를 선호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스크 시장은 브랜드보다는 가격위주의 시장으로 형성되어있다. 이점으로 인해 장기적인 관점의 브랜딩 투자에 크게 매력을 못 느낄 수도 있다.


그럼 어쩔 수 없는 거야?

마스크 시장이 영세하다고 해서, 마스크가 저관여 제품이라고 해서 일부 마스크 생산업체나 중간 유통업체들의 한탕주의가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특히 지금 마스크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제품이 아니다.


5년 전 메르스 사태 때도 N95, KF94 마스크 품귀현상이 일어났던 적이 있다. ('마스크 품귀' 가격 5배나 껑충, 서울경제) 당시에는 중국의 수요까지 몰린 것은 아니라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에도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은 같았다.


저관여상품이라고 브랜드가 아무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관여상품에서만 가능한 브랜딩이 존재한다. 당시에 몇 개 업체라도 브랜드 효과를 톡톡히 봤다면, 지금 상황은 조금 다를 수 있었는지 모른다.


시국에도 장기적인 관점으로 회사를 경영하는 기업인들도 있다.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들 이외에도 기존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혹은 그보다 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집행하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진 회사들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런 업체들은 지속적으로 소비자와 언론을 통해 조명될 것이다.


마스크 업체 대표 "120억 꽂아주겠다..中 브로커 활개", 노컷뉴스

착한 마스크 대표 "100만 장에 30억 제안? 거절하고 반값으로", YTN


제조사 뿐만 아니라 이마트, 쿠팡 등 주요 유통업체들도 나름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마스크 대란에 팔 걷은 유통업계


이들 업체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익을 볼 수 있다면 향후 유사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상황이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 투표적 소비

장기적 관점에서 운영하는 기업들의 행보 또한 이 시국을 잘 활용한 마케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성 없는 마케팅은 금방 그 민낯을 드러내게 된다. (참고:나이키는 되고 펩시는 안 됐던 이유) 이들의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면밀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소비자들에 의해 판단 될 것이다. 한두 번은 거짓말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거짓말할 수 없다. 혹 지금 거짓말이나 착한 척을 하고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 거짓말이나 착한 척이 지속될 수 있도록 계속 감시하고 지켜보면 된다.


기본적으로 시장 안에서 공급자와 수요자 각 주체들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한다. 공급자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생각하도록 수요자가 이끌면 공급자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상황에서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많이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 을 중심으로 양심적인 업체들의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다. 일시적인 구매정보 공유를 넘어서 이들 업체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유지된다면, 이와 비슷한 사례가 다시 발생했을 때 공급자들은 한탕주의를 경계하고 장기적으로 판단하게 할 수도 있다.


'투표적 소비'라는 개념이 있다. 내가 지지하는 공간이나 상품을 투표하듯 소비한다는 뜻이다. 나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수준이 투표적 소비가 충분히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이번 마스크 사태를 는 우리의 분노가 일시적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시국이 어지럽고 혼란스러울수록 내가 지지하는 바를 선택하고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투표적 소비'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때라고 믿는다.


 소비자들의 투표적 소비가 마스크 뿐만 아니라 어느 제품에서든 긍정적 결과를 만들고 공급자들이 스스로 경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소비자도 공급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함께 공존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국가적 재난상황을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잘 이겨내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B마트의 등장, 본격적인 소매업 종말의 시작일까?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