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직장인들은 화상회의나 재택근무가 익숙해지고 학교는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는 단순히 우리의 일상에만 영향을 주지 않았다.
코로나19사태는 경제에도 심각한 치명타를 날렸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세계 경제 손실 규모가 최대 약 5,000조 원이 될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또, 인크루트의 설문에 의하면 자영업자 중 94%가 매출이 급감 혹은 감소했다고 답했으며, 35%는 임시휴업을 결정했다고 답했다. 유례없는 세계적 재난상황의 한가운데에 소상공인이 서있다.
세계는 이제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는 전 세계적인 문제이므로 우리나라에서 코로나가 진정된다고 해도 세계적으로 해결되기 전까지 코로나의 불씨는 계속 살아있다고 봐야 한다.
코로나는 분명히 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할 과제이다. 급격한 매출 하락에 당장의 생존을 걱정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많다. 하지만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 어찌 버틴다 하더라도 나중에 더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할 시기다.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뉴 노멀(New Normal:큰 변화 이후 사회에 새롭게 나타난 특징들이 새로운 표준이 되는 것을 의미)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적인 재난상황에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어떻게 새롭게 바뀌고 소상공인들은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코로나19로 인한 뉴 노멀
1) Home-conomy의 진화, Shut-in Economy의 대두
집 안에서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것을 의미하는 홈코노미(home+economy)가 코로나로 인해 가속화되는 것은 아주 당연하다.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면 과거의 홈코노미는 자발적이고 선택적이었으나 코로나로 인한 현재의 상황은 비자발적이라는 점에서 Shut-in economy(가두리경제)로 진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Shut-in Economy의 숨겨진 품목 중 하나는 일회용 종이컵이다. 최근 트렌드를 검색해보면 종이컵이 갑작스럽게 더 많이 팔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종이컵' 키워드 검색어 트렌드 (제공: 네이버 Datalab)
일회용품은 대표적인 야외활동 아이템 중 하나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야외활동도 못 했을 텐데 왜 갑자기 검색량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났을까. 그 이유는 일회용 종이컵이 종이컵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저렴한 장난감으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달고나 커피도 Shut-in economy의 대표적 아이템이다. 달고나 커피는 400번을 저어야 만들 수 있기에 사람들은 이를 만들며 무료한 시간을 극복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달고나'커피'였을까.
달고나커피(좌)와 '홈카페' 키워드 검색어 트렌드 (제공: 네이버 Datalab)
단순히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라면 400번을 저어서 만들 수 있는 머랭 같은 다른 요리들도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라는 아이템이 떠오른 이유에는 집에서 '홈카페'를 즐기려는 현상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과거에도 홈카페에 관한 니즈는 분명 존재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강제적으로 집안에 격리되면서 홈카페에 대한 관심은 급격하게 늘고 있는 추세다.
소상공인들은 종이컵이나 달고나커피처럼 홈코노미에서는 발현되지 않았을 아이템이 shut-in economy에서 새롭게 발현되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들 아이템 혹은 현상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이유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그곳에서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집 안에 머무는 Shut-in Economy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의 변화도 함께 예측해봐야 한다. 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고 있으나 이미 사람들은 답답함을 못 참고 집 밖으로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방역을 위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목표가 영원히 사람들을 집안에 가두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이 사태가 진정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밖으로 나와야 한다. 소상공인들이 놓치지 말아야할 점은 사람들이 나올 때 불안감도 집에 놓고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2) 물리적 거리두기 습관의 유지
9/11 테러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강력하게 강화된 보안검색이 익숙해진 것처럼, 코로나 이후에 우리는 물리적 거리두기에 익숙해질 것이다.
미국의 유명 유통업체 Trader Joe's의 일부 매장에서는 매장 내에서 고객 간의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입장하는 고객의 수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Walmart 또한 이에 동참하여 지난 금요일(4월 3일)부터 약 28평당 5인(5 for 1,000 ft²)을 기준으로 인원을 제한 한다고 발표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 싱가포르의 쇼핑몰에서도 쇼핑몰 내부가 붐비지 않도록 입장객을 통제하고 있다.
Trader Joe's 앞에서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좌)과 입장할 수 있는 인원 수를 모니터에 공지하는 싱가포르의 쇼핑몰(우)
명품관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야 했던 것처럼 이제는 대형마트나 쇼핑몰에 입장하기 위해서도 줄을 서야 할지 모른다. 당연히 줄을 서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물리적 거리 두기를 위해 입장 수를 제한하는 것인데 줄을 서면서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 줄을 서는 수고를 줄여줬던 나우웨이팅 같은 서비스가 더욱 활발히 사용될 수 있다.
이같은 물리적 거리두기는 오프라인 소상공인 업장에서 여러 가지 서비스로 발현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코로나에 대응하는 키즈카페의 생존전략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루 평균 고객 수가 80%가량 급감하는 등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알려진 키즈카페들은 현재 단독 대관이나 시간별 예약제로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키즈카페의 주 고객인 아이들이 위생에 더 민감하다 보니 키즈카페는 코로나 사태 초기 때부터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대별로 예약된 인원만 받고 이용이 끝나면 다시 소독을 하는 형식으로 영업을 이어나가면서 키즈카페 업계는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리적 거리두기가 점차 익숙해지면서 키즈카페뿐만 아니라 성인들이 이용하는 카페도 개인적인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거나 시간대별 예약제로 운영되는 곳이 주목을 받을 것이다. 이미 스타벅스는 매장 테이블과 좌석 간 공간을 최대 1/3로 줄이는 실험을 시행 중이다. 매장의 평(3.3㎡) 당 효율은 급격하게 악화되지만 코로나 시대로 물리적 거리두기가 익숙해지면 소비자들은 스타벅스의 사례와 같이 자연스럽게 거리두기가 확실히 보장된 공간과 서비스를 선호할 것이다.
3)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강제화
코로나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들이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던 일들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소상공인에게도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다가올 것이다.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결혼식도 유튜브로 중계를 하거나, 아바타 졸업식을 하는 경우도 생겼다. 코로나 이전까지 온라인 결혼식 혹은 온라인 졸업식은 이색 이벤트나 재밌는 아이디어 정도로 여겨졌지만 사람들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이런 행사들이 실제로 가능함을 경험했다.
사람들이 그동안 해온 관성이 있기 때문에 코로나가 수그러든 이후에도 이런 행사들이 계속 온라인으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사람들은 코로나를 계기로 '그것까지?' 싶었던 일들이 온라인에서 진행해도 큰 무리가 없음을 알게 됐다.
과거에는 '그걸 굳이 온라인으로 해야 하는 이유가 뭐야?'라고 물었다면 이제는 '그걸 굳이 오프라인에서 해야 하는 이유는 뭐야?'라고 묻기 시작하는 바로 그 전환점이 지금이 될 것이다.
그동안 경제계의 뜨거운 화두였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amtion)은 이제 소상공인들에게도 강제로 직면한 과제가 되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듯이 코로나 발발 이후 경제활동은 급진적으로 온라인으로 넘어갔다.산업통상자원부는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7.5% 감소한 반면 온라인은 43.3%가 증가했다는 발표 했고 통계청의 2월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배달음식서비스는 전년 동기 대비 82%가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소상공인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았던 대다수의 소상공인들은 미뤄왔던 디지털 전환이라는 대세에 좋든 싫든 따르지 않으면 생존을 걱정해야 되는 시점이 되었다.
생존을 위해 점점 더 많은 요식업소들이 온라인으로 진입을 시작하고 있다. 오프라인 홀 매장만으로 운영하던 유명 맛집들도 밀키트를 개발해 온라인에서 판매한다거나 배달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카페들도 음료 배송 서비스를 하거나 커피백 세트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현재는 오프라인 상권이 무너졌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온라인으로의 진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코로나로 인한 디지털 전환이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온라인 100%'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소상공인에게 온라인으로의 확장이 선택이었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생존을 위해 필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이 오프라인 업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상공인에게 진정한 디지털 전환은 '오프라인에서만 줄 수 있는 경쟁력'을 높이는 일까지도 포함 된다. 기존의 온라인 100% 업체에서 줄 수 없는 오프라인만의 강점을 뾰족하게 만드는 것도 이번 기회를 통해서 깊은 고민을 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어떻게든 코로나를 버티고 살아갈 우리에게
코로나는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거대한 사건이다. 북미의 보잉, 혼다, 닛산, GM 등은 공장 가동을 임시 중단했고 메리어트 호텔은 전 세계 직원 3분의 2를 일시해고 조치했다. 누구나 알만한 글로벌 기업조차도 코로나로 인해 위기의 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현금흐름이나 자금력 등 여러 부분에서 이러한 대기업보다 소상공인이 외부 경제변화에 더 취약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대다수의 소상공인들에게 코로나는 '경제 빙하기'와도 같다. 많은 소상공인들은 매출 급감이라는 절망적인 벽 앞에 어떻게든 비용을 절감하며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대빙하기의 윈터스톰을 맞아 모두가 차디찬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이대로 얼어 죽지 않고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코로나 시기 이후도 고민해야만 한다.
Shut-in Economy의 대두, 물리적 거리두기 습관 유지, 디지털 전환 강제화 등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새로운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과거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종들은 빙하기에 멸종됐던 것처럼, 이 어려운 시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누군가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강제로 멸종될 수도 있다.
빙하기도 끝이 있었던 것처럼 언젠가 이 고난도 끝이 날 것이다. 지금 소상공인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과거 금융위기 직후 보복적 소비(억눌렸던 소비가 보상 심리 차원에서 다시 급증하는 상황)가 일어났던 것처럼,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보복적 소비'가 일어나길 기대하고 준비하며 지금을 버텨내는 것이다. 오랜 겨울 뒤의 봄이 더 따뜻하듯이 코로나 사태를 잘만 버텨내면 더 따뜻한 날이 기다릴 것이라고 믿는다. 소상공인 중 한 사람으로서 유례없는 이 고난의 시기를 모두가 어떻게든 잘 버티고 언젠가 오늘을 웃으며 추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