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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욱 Feb 05. 2021

LG생건 성장의 비밀, 차석용과 CEO Message

* 이 글은 차석용 부회장님의 CEO Message와 LG생활건강에 대해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 글입니다. 개괄적이고 빠르게 읽고 싶으신 분께서는 이 글의 요약편인 '매년 실적이 역대급! LG생건 CEO 메시지 읽어봤어?'를 읽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너도 읽어봤어?

얼마 전, 요즘 잘 나간다는 사업가들 사이를 뜨겁게 달군 한 책이 있다.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사업가들 사이에서는 서로 인사로 '읽어봤어?'라는 말이 오갈 정도라고 한다. 바로 그 책은 LG생활건강의 CEO 차석용 부회장이 사내 공유용으로 제작한 CEO Message라는 책이다.


사실 일반 사람들에게 LG생활건강의 차석용 부회장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만큼 친숙하지는 않은 이름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LG생활건강? 차석용? 도대체 뭔데?'라는 말을 내뱉었다.  



LG생활건강이라는 회사명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후, 코카콜라, 엘라스틴 같은 브랜드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LG생활건강은 후, 코카콜라(국내 독점 제조, 판매권), 엘라스틴 등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로 화장품, 음료, 생활용품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21년 2월 4일 기준 시총 약 25.5조로 코스피 시총 순위 16위이며, 이는 주요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13.3조)의 거의 2배에 가까운 규모다.


차석용 부회장은 그런 LG생활건강을 2005년부터 2021년 현재까지 이끌어 오며 지금의 위치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대기업 전문경영인의 평균 임기는 3.6년이다. 채 4년도 채우지 못하고 사직해야 하는 CEO들이 대다수인 현실을 감안할 때 그가 CEO의 자리를 16년 동안 계속 지켜왔다는 사실은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다.  


차석용 부회장의 놀라운 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크든 작든 부침을 겪게 되기 마련이지만 LG생활건강의 매출과 영업이익 실적은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이 계속 성장해왔다. 심지어는 지난해(2020년) 코로나 19로 많은 경쟁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홀로 성장을 이뤄내며 16년(64분기) 연속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작년에는 그동안 넘기 어려운 벽처럼 보였던 경쟁자들을 추월하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 모든 사업부에서 1위를 달성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회사의 강력한 실적을 바탕으로 주가도 꾸준히 올라주며 2010년 3월 약 34만 원 수준이던 LG생활건강의 주가는 10년 만에 약 160만 원 수준으로 오르며 주주들에게 470%의 수익률을 선사하기도 했다.

LG생활건강 매출과 영업이익('04~'20)(좌) 출처:LG생활건강 IR 2020, LG생활건강의 10년간 주가 추이 출처:네이버증권

차석용 부회장은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이런 마법 같은 성과를 이뤄낸 걸까.  


그 마법의 비밀을 앞서 얘기했던 차석용 부회장 CEO Message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CEO Message를 우리말로 바꾸면 '사장님 말씀'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사장님 말씀이란 때 되면 의례적으로 들려주시는 '좋은 말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사장님이 '좋은 말씀'하시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 그의 메시지를 잘 분석해보면 그 속에 녹아든 그의 경영철학과 원칙을 찾고 그의 마법 같은 실적의 비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LG생활건강 사내에 공유된 차석용 부회장의 CEO Message

어렵게 수소문한 끝에 이 책을 읽어볼 수 있었다. 마치 무림에 전설처럼 전해지는 경영 비기를 접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이 책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다. 하나하나 단편적인 메시지만 읽어내기보다 당시 LG생활건강의 전후 상황을 이해하며 입체적으로 CEO Message를 읽어보기로 했다.


이 글에서는 차석용 부회장의 메시지 중 주요한 몇 개를 뽑고, LG생활건강의 역사와 함께 전후 맥락을 고려하여 재정리했다. 언제 어떤 상황 속에서 차석용 부회장은 메시지를 보냈을까. 또 그때 그 메시지는 나중에 어떤 결과로 돌아왔을까. 이 질문을 염두에 두고 그의 메시지를 읽으면 보다 해상도 높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들으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사장님 말씀'에 빠져보자.


기업도 외부 충격에 대비해 '내진설계'가 필요합니다

LG생활건강의 성장을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인수합병(M&A)이다. LG생활건강은 2005년 차석용 부회장이 CEO로 부임할 당시 생활용품과 화장품 사업만을 영위하던 회사였다. 매출액 비중은 생활용품이 68%, 화장품이 32%였으므로 당시에는 사실상 화장품의 존재감은 크지 않은 생활용품 중심의 회사였다.


생활용품 영역에서 LG생활건강의 입지는 분명히 탄탄했지만, 치열한 레드오션이라는 필수소비재 산업의 특성상 한계가 너무도 명확했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사업으로의 확장이 필요했다. 차석용 부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기 시작했다.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폐허가 된 동경 시내에서 원형을 유지하고 우뚝 서 있었던 건물은 '프랭크 L 라이트'가 설계한 임페리얼 호텔이 유일했습니다.

엄청난 대지진이 올 수 있다는 가정 아래, 훨씬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내진 설계를 했기 때문입니다.
(...)
사업 포트폴리오가 합리적으로 조화될 때 외부의 환경변화 리스크를 완충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2009. 01, 코카콜라 인수 후)


차석용 부회장은 사업을 다각화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겠다며 '내진설계'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에 걸맞게 코카콜라(2007년)와 해태음료(2011년)를 인수하며 기존 생활용품과 화장품 사업 이외에 음료라는 새로운 사업의 축을 추가했다. 그뿐만 아니라 더페이스샵(2010년)을 인수하면서 화장품 사업부문에서도 성장의 축을 다졌다.


LG생활건강 내부에서는 '내진설계'과정을 Horizon 1(Renovation)이라고 표현했다. 개인적으로는 해태음료의 인수까지 완료한 2011년까지가 Horizon 1의 시기가 아닐까 싶다. 2005년 생활용품에 쏠려있던 구조와 비교하면 2011년에는 각 사업부별 매출이 생활용품 34%, 화장품 36%, 음료 30%로 어느 정도 외형적인 균형을 잡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05년과 2011년 LG생활건강의 사업부별 매출비중 변화 (출처: LG생활건강 사업보고서 2005년, 2011년)

Horizon 2(Innovation)부터는, Horizon 1(Renovation)에서 내진설계로 탄탄히 다진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각 사업부에서 본격적인 성장을 계획했다.

그동안 우리의 사업은 생활용품 중심에서 화장품 사업이 추가되었고 이제 음료사업이 더해졌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단기적인 수익 극대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내진설계의 원칙에 의한 것이었으며,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었습니다.
(...)
이를 위해 1등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반드시 1등이 되겠다는 강한 의지, 그리고 낮은 자세로 지혜를 구하고 모으는 겸손함으로 소비자들에게 자랑스러운 1등이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2011.03, 해태음료 인수 후)

2011년 당시 생활용품에서는 압도적인 1등 기업이었지만 이를 제외한 화장품과 음료사업에서 LG생활건강은 아직 2등이었다. 화장품에는 아모레퍼시픽(2011년 시장점유율 아모레 32.7%, LG생건 13.1%)이라는 큰 벽이 존재했고, 음료부문에는 롯데칠성(2011년 시장점유율 롯데칠성 31%, LG생건 24%)이 존재했다. 아직 모든 사업에서 '자랑스러운 1등'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 사업부 1등을 목표로 하는 차석용 부회장은 해태음료를 인수하며 Horizon 2라는 새로운 관문의 진입에서 구성원들의 자신감과 강한 의지를 특별히 다잡으며 2등에 만족하지 않고 자랑스러운 1등이 되기를 주문했다. LG생활건강에 새로운 지평(Horizon)이 열리기 시작했다.


Beautiful 사업은 우리 한국이 세계적으로 대단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제품을 개발하는 능력이나 한국 여성들이 화장품을 쓰고 피드백을 주는 능력 또는 그런 제품을 만드는 생산 능력이 세계에서 지금 프랑스, 미국 이상의 높은 수준입니다. 그래서 이런 좋은 역량을 바탕으로 우리 Beautiful 사업도 세계화하여 우리 회사가 세계 1등이 되는 꿈을 갖고 Beautiful 사업을 키워 나가고자 합니다.

(2011. 09, 글로벌 진출을 위한 초석)
LG생활건강 M&A 일지, 출처: 뉴스웨이

 2011년 해태음료를 인수한 이후에는 글로벌 진출을 위한 M&A에 집중한다. 일본의 긴자스테파니를 시작으로 미국 AVON, 유럽 피지오겔 등을 인수하며 주력시장인 중국과 아시아 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높이고있다. 그 노력의 결과 화장품 사업의 해외 매출은 2010년 9%에 불과하던 것이 2019년  44%까지 증가하며 2011년 제시했던 대로 화장품 사업의 글로벌화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는 성과를 거뒀다.

2010년과 2019년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부의 국가별 매출비중 변화 (출처: LG생활건강 사업보고서 2010년, 2019년)


 어제의 정답, 어제의 관점이 오늘까지 유효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은 몰락의 시작점이 됩니다

LG생활건강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항상 역대급이었다. 실적이 역대급으로 순조롭게 성장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구성원들 긴장이 안 풀어지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차석용 부회장의 CEO Message 중에 가장 오랜 기간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메시지는 '긴장 풀지 말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반복되면 질리고 내성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는 이 중요한 메시지를 언제 어떤 식으로 전달했을까.


토인비는 역사를 바꾸는 데 성공한 창조적 소수는 자신의 과거의 성공에 너무 자신만만하여 오류를 범하기 쉽다며 이러한 속성을 휴브리스(Hubris, 자만)이라고 했습니다. 성공한 사람이 자신의 능력과 방법을 과신하여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려 하지 않고,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다 커다란 실패를 맞기 쉽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회사도 지난 5년간 일구어 낸 성과로 인해 '이 정도면 되겠지', '이런 방식이 최고야'라는 자만과 고정관념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고, 새로움에 대한 열망과 배우려는 태도를 놓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2010. 03, 더페이스샵과 한국음료 인수 후)

LG생활건강 사업부 중 전통의 강호인 생활용품은 국내 시장점유율 30% 이상을 유지하며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탄탄히 성장하고 있었다. 1등은 아니지만 화장품과 음료사업도 어쨌든 국내 시장에서 2등은 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2010년 더페이스샵과 한국음료를 인수하며 강력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까지 얻었으니 LG생활건강 구성원 입장에서는 '이 정도면 되겠지', '이런 방식이 최고야'라고 생각하기 쉬운 순간이었다.


그 순간에 차석용 부회장은 휴브리스(Hubris, 자만)를 언급하며 안주하지 않기를 특별히 주문한다. 그 결과 전년대비 매출은 27.5%, 영업이익은 52% 성장하며 2010년에도 엄청난 성장의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새로 인수한 더페이스샵을 제외하고도 화장품 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성장하면서 그 해의 실적이 단순히 M&A의 힘으로만 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2010년은 분명히 또 한 번의 역대급인 한 해였다.


다우니 국내 론칭 기념행사 (출처:연합뉴스)

2012년 3월에는 세계 섬유유연제 1위 P&G의 다우니가 국내에 출시됐다. 세계 1위답게 다우니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다우니는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점유율 2위로 빠르게 올라왔다. 한 대형마트에서는 3월 한 달간 점유율이 샤프란(LG생건) 43.7%, 다우니(P&G) 24.8%인 것으로 보도됐다.


아직 P&G가 생활용품에서 LG생활건강의 점유율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무시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다. 굳이 P&G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다우니 론칭 3개월 시기를 즈음하여(2012년 7월) 차석용 부회장은 또 하나의 CEO Message를 보낸다.

'불행은 닥치는 것이고 행복은 저절로 오는 법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업이나 인생이나 불행은 예기치 않게 닥쳐옵니다. 뱀처럼 소리 없이 다가와서는 마치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일이 벌어진 듯 난관에 빠트리곤 합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첫 줄에서 "행복한 가정은 다 비슷비슷하다 그러나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원인으로 불행하다."라고 말합니다. 잘되고 좋은 회사는 다 비슷하지만 몰락하는 회사의 원인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기업이 위대해지는 것보다 몰락의 길이 더 다양하다는 의미입니다.
(...)
주춧돌이 젖어 있으면 우산을 펼치는 초윤장산(礎潤張傘)의 마음가짐으로 다가올 수 있는 위기에 항상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2012.07, 2012년 다우니 국내 출시)


LG생활건강의 생활용품 사업부문은 국내 시장에서 오랜 기간 압도적인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P&G의 첫 달 성적표를 확인한 LG생활건강 구성원들은 '세계 1위도 우리한테는 안되네'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었다. 1등은 나태해지기 쉽다. 그래서인지 1등 기업이 긴장의 끈을 놓았다가 사라진 사례가 자주 발견된다. 차석용 부회장은 LG생활건강도 그렇게 사라지지 않도록 '주춧돌이 젖어 있으면 우산을 펼치는 초윤장산의 자세'를 주문했다. 그의 메시지가 잘 전달이 됐는지 세계 1위의 공격적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생활용품 사업부는 2012년에도 전년대비 매출은 6.8%, 영업이익은 6.7% 성장하며 여전히 시장지배력을 공고히 유지할 수 있었다.


현재 중국에서 우리 회사 화장품이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그래서 지금 우리가 이익을 많이 낼 때 "이제 좀 긴장을 풀어야 되겠다"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저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우리 회사의 구조를 앞으로도 잘 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구조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의 끈을 더 팽팽하게 당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제가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오행무상승(五行無常勝)입니다. 이는 손자병법에 나온 말로 '한번 승리가 영원히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쇠는 불 앞에서는 녹아버리고, 불도 물 앞에서 승자의 자리를 내줘야 한다. 물은 다시 흙에 흡수되고 흙은 나무에 고개를 숙인다. 나무는 쇠에 찍히고 만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미국의 철강산업도 무너진 지 벌써 40년이 지났고 필라델피아 등 당시 철강산업을 대표하던 지역은 여전히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도 현재에 만족하고 안주한다면 결국 비슷한 길을 걸을 것입니다.

(2015. 05, K-뷰티의 대두와 '후' 국내 면세점 1위)

2015년은 화장품 사업이 크게 약진한 해다. 2015년에는 메르스 사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25.2%나 성장해 2조 4,490억을 거둬들였다. 가장 큰 공신은 전년대비 88% 성장한 럭셔리 한방 브랜드 '후()'였다. '후'는 국내 면세점과 중국 현지에서 고성장하며 단독 브랜드만으로 매출 8,000억을 달성할 만큼 특히 인기가 많았다.


이쯤 되면 LG생활건강 입장에서는 '아, 이 정도면 열심히 했다'라는 말이 나와도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차석용 부회장은 중심을 잃지 않았다. 오행무상승을 얘기하고 미국의 철강산업을 말하며 지금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기를 주문한다. 그 결과 2015년에도 화장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과 음료사업이 모두 성장하며 전사적으로 전년대비 매출은 13.9% 영업이익은 33.9% 성장할 수 있었다.


승승장구하느냐 실패하느냐, 오래 지속되느냐, 쉽게 몰락하느냐, 이 모든 것이 주변 환경에 의해 좌지우지된다기보다는 스스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제의 정답, 어제의 관점이 오늘까지 유효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은 몰락의 시작점이 됩니다.

치열함과 절실함으로 고객의 진화하는 욕구, 다양한 욕망을 정확히 감지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미세한 변화나 아주 작은 움직임이 커다란 트렌드가 될 수 있음을 동물적으로 느낄 수 있는 회사, 지금의 유행이 갑자기 새로운 것으로 바뀔 수 있는 조짐을 간파할 수 있는 직관을 가진 회사, 이른바 "촉"을 가진 회사만이 오랫동안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20.11, 사상 첫 모든 사업부문 1위 달성 예상)


2020년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 한 해였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은 차석용 부회장은 '내진설계'덕분에 코로나 19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었다. 2020년에는 지금까지 넘기 어려운 벽처럼 보였던 경쟁사를 드디어 뛰어넘었다. 2020년의 실적은 분명히 차석용 부회장의 빛이 나는 성과 중 하나다. 그러나 그 순간마저도 차석용 부회장은 '안이한 생각은 몰락의 시작점'이 된다고 말한다. 지칠 줄 모르는 성장으로 영구히 존속 발전하는 LG생활건강의 스토리는 역시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어떤 경우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가고자 하는 방향입니다

차석용 부회장의 CEO Message는 사업적인 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까지도 다루고 있다. 이에 관련해서는 다양한 메시지들이 있지만, 여러 메시지들을 하나로 꿰뚫는 하나의 단어는 어떤 상황에서도 꾸준히 할 일을 해내는 '한결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회사는 경기가 어려울 때 빨리빨리 무엇이든 해서 성과를 내고 싶은 욕심을 갖게 됩니다.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호시우보(虎視牛步)"를 마음속에 깊이 새겨야 하겠습니다. 이 말은 천천히 제대로 일하자는 뜻으로, 호랑이처럼 눈을 부릅뜨고 사태를 정확히 파악한 후 움직일 때는 소처럼 신중하게 움직이자는 것입니다.

경기가 어렵다고 성급히 성과를 내기 위해 일하기보다는, 하나하나 꼼꼼히 점검하며 욕심내지 않고 한결같이 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2013. 06)


전쟁에서처럼 사업에서도 이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힘과 덩치를 키울  수도 있고, 트로이 목마를 활용한 오디세우스처럼 창의적인 지략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가고자 하는 방향입니다.

그리고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했다면, 모든 행동의 결과는 그 방향으로 향해야 합니다. 오디세우스가 10년간의 시련을 이겨내고 고향에 당도했듯이, 지난 10년간 우리는 수많은 유혹을 이겨내고 한 방향으로 일관되게 실행하여 지금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앞으로 10년, 20년도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마음에 새기고 매진한다면 더 눈부신 성장과 성과가 함께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2017. 01.)


광고만 봐도 어떤 광고는 광고 자체는 화제성이 없는데도 해당 제품이 조용히 엄청나게 많이 팔리는 백 점짜리 광고가 있는가 하면, 광고가 멋져서 미디어에 많이 오르고 상까지 받았지만, 정작 그 제품은 안 팔리는 광고가 있는데 그런 광고는 빵점짜리라고 생각합니다.

뭔지 모르겠는데 매출이 나고 이익이 나는 마케팅, 화려한 언변은 없지만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시키는 마케터, 이게 진짜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이런 내공은 그들이 차곡차곡 쌓아온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고요.

(2019. 07)


차석용 부회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일할 것'을 주문한다. 그는 위와 같은 메시지를 2013년, 2017년, 2019년 각기 다른 세 시점에 전했다. 이 세 메시지는 어떤 이슈에 의한 반응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 평소 차석용 부회장이 갖고 있는 생각이다.  


사실 LG생활건강 같은 필수소비재 기업은 시장의 변화에 아주 민감하다. 그렇다고 본원적인 경쟁력과 상관없이 시장의 변화에 의해서 매번 잘 된다고 기뻐하고 안된다고 낙심하다 보면 될 일도 안된다. 그는 그럴 때일수록 욕심을 내기보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차석용 부회장은 본인의 경영 스타일을 '잽(Jab) 경영'이라고 묘사한 적 있다. 화려한 카피나 대단한 광고 같은 '큰 거 한방'을 노리는 대신 기본을 지키며 끊임없이 잽을 누적시켜 나가는 것이 상대를 쓰러뜨리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믿는다.


구글에서 검색한 차석용과 일론 머스크의 결과 차이

그의 경영철학 때문인지 차석용 부회장은 화려해 보일 수 있는 외부활동을 즐기기보다 오직 일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반증하는 재미있는 결과가 검색 사이트의 결과이다. 검색사이트에서 이름난 CEO들을 검색하면 아주 다양한 장소에서 연사로 나서거나 기자들이 찍은 온갖 종류의 사진들이 펼쳐진다. 반면에 차석용 부회장은 한참 옛날에 찍은 것 같은 비슷한 사진들 위주로만 결과가 나온다. 경영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부수적인 일은 전혀 하지 않는 그의 흔적이 여기서도 드러나는 대목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라

다시 봐도 차석용 부회장이 LG생활건강에서 만들어온 궤적은 놀라울 따름이다.


당시에는 남들이 들으면 콧방귀 뀔지도 모를 비전을 제시했고 불가능해 보이던 이 비전을 끝내 현실로 만들어냈다. 구성원들이 긴장이 풀리기 쉬운 순간에도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계속 독려하며 LG생활건강을 16년 동안 성장시켜왔다. 본인이 CEO로 재직 중인 16년 동안 본인의 경영철학인 '잽 경영'을 본인 스스로 실천하며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한 방향으로 걷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일하는 것'을 직접 보여주었다.


혹시라도 LG생활건강의 성공요인이 단지 차석용 부회장의 CEO Message 때문만이었다고 오해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사실 차석용 부회장의 CEO Message 중 전후 맥락 없이 텍스트나 단어 몇 가지만 뚝 떼서 찾아보면 분명히 다른 회사의 사장님들의 '좋은 말씀'과 중복되는 내용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경영자와 차석용 부회장간의 결정적인 차이는 CEO Messsage를 작성했냐 안했냐의 차이가 아니라 그 메시지를 얼마나 잘 실행해 냈는지에서 갈린다고 생각한다.


차석용 부회장의 CEO Message가 누군가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귀한 말씀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다른 경영자들의 메시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그저 그런 뻔한 사장님 말씀으로 들렸을 수도 있다. 최소한 내게는 차석용 부회장의 CEO Messasge는 가슴 깊이 새겨지는 귀한 말씀으로 남았다. 비록 장님이 코끼리 더듬는 모습일지라도 그의 CEO Message에 비친 그의 경영철학과 조직을 읽어내려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참 많이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게도 그랬듯이 이 글을 읽을 누군가에게도 부회장님의 말씀이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썼다.


그동안 나는 내수산업은 한계가 명확해 성장성이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 적당히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비전을 꿈꾸고 담대히 실행해나가며 어마어마한 결과를 만들어 낸 그의 경영성과를 지켜보며 아주 큰 깨달음을 얻었다. 시장 상황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역량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뿐만 아니라 절대 '적당히'를 용인하지 않는 그의 승리하려는 열망(Winning Aspiration)에도 큰 자극을 받았다. 비록 규모는 아주 작을지라도 작은 회사를 경영해 나가는 꼬마 경영자로서, 그리고 또 인생의 후배로서 그의 메시지를 읽어 내려가며 참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어서 책을 읽는 동안 진심으로 감사했다.


차석용 부회장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라"는 말을 전한다고 했다. 이 말은 후배 세대를 위한 조언이기도 하지만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문장이라고도 느껴졌다. 어느 누구보다도 더 강한 그만의 승리하려는 열망(Winning Aspiration)으로 LG생활건강을 국내 1등을 넘어 세계 1등이 되고 그 어떤 회사보다도 단단한 회사를 만들 수 있기를 응원하며 지켜봐야겠다.


무림의 비기로 전해지기만 하던 차석용 부회장의 메시지를 공개해 주시고 그 메시지를 정리해주신 LG생활건강 구성원 분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드린다.


더불어 차석용 부회장님께서 CEO Messsage에 아직 다 담지 못한 나머지 이야기가 분명히 있을 텐데, 언젠가 그 부분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참고자료)

차석용, CEO Message, LG생활건강(2020)

홍성태, 그로잉업, 북스톤(2019)

LG생활건강 사업보고서 (2005~2019)

LG생활건강 IR 실적자료(2005~2020)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08/04/272927/

http://m.newsway.co.kr/news/view?tp=1&ud=2019022616454874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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