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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욱 Oct 28. 2024

내가 나에게 ‘되겠냐?’라고 물을 때 답하는 법

되겠냐?

내 안의 검열관은 가끔 내게 '되겠냐?'를 묻는다. 변화를 꿈꿀 때마다,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할 때마다, 이름 붙지 않은 모호한 곳으로 향할 때마다 그 한마디는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 세상 모두가 나를 믿지 않더라도 오직 나 하나만큼은 나를 철저히 믿어야 다. 하지만 애써 외면하려 했던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내 안의 검열관의 한 마디는 나를 '이게 정말 되는 걸까'라는 의심의 심연으로 빠뜨렸다.


어느 날, 책 모임에서 만난 링거갤러리 함종욱 대표의 이야기 덕분에 나는 '되겠냐'는 내 안의 검열관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다. 그는 "진정성을 가지고 꾸준히 일을 해나가다 보면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나를 도와줬다"며 자신은 "수많은 천사를 만났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어떻게 사업을 해왔는지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의 목소리, 눈빛, 표정을 보고 있자니 그동안 그가 얼마나 진심으로 일과 사람을 대했을지 느낄 수 있었다. 왜 그리고 어떻게 그가 수많은 천사를 만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심지어는 이 정도의 진심이라면 악마 같은 사람도 그 앞에서는 천사로 변할 것 같았다. 


그는 아직 대단한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일을 하며 수많은 천사만을 만났고, 감사하게도 악마 같은 사람은 만나본 적이 없다고 표현하는 그 태도와 마음가짐만으로도 나는 그가 충분히 성공한 인생이라 느꼈다. 그런 진심으로 일을 해나가다 보면, 끝까지 해나가는 한 분명 세상 사람들의 기준에서도 큰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느껴졌다.


드디어 찾은 나의 과녁, 진심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비즈니스를 하는 과정을 활쏘기에 비유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활을 잘 쏘려면 과녁의 정중앙에 온 감각과 정신을 모두 집중해 맞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활을 제대로 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맞히겠다는 생각 대신 그저 활쏘기 일련의 동작 하나하나를 이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각각의 동작이 잘 수행 됐다면 과녁의 한 복판을 맞히지 않을 도리가 없다.

과녁의 한 복판을 맞힌다는 생각을 버리고 활을 쏘는 일련의 동작 하나하나에 정신을 집중한다. 기본자세를 정확히 한 다음 화살통에서 화살을 집어 시위에 걸고 호흡을 가다듬고 시위를 뒤로 당겨서 화살을 놓아준다. 이런 과정을 정확히 하면 과녁의 한 복판을 맞히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 철학을 적용하기 가 가장 적합한 곳이 바로 비즈니스의 세계다. 일단 목표를 확정한 후에는 다 잊어버리고 과녁을 향해 자세부터 모든 과정을 충실히 밟아 가는 거다.

이본 쉬나드, '파타고니아: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나는 그동안 내가 목표해야 할 과녁을 찾지 못해 방황했다. 하지만 이제 내가 향했어야 할 과녁은 '진심'임을 알게 됐다. 함종욱 대표의 진심 이야기를 옆에서 들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점점 더 그를 응원하게 됐다. 수많은 좌절과 고난, 역경 속에서도 진심을 지켜가는 그 모습을 보며 나같이 응원하는 마음이 드는 사람이 많았는지 그는 필요한 순간마다 그를 돕는 수많은 천사를 만나게 됐다. 그는 그들을 천사라 불렀지만, 난 천사를 불러온 것은 그의 진심이라고 믿는다. 그를 보면서 깨달았다. 똑똑하게 비즈니스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진심으로 이 일을 해 나아가고 있는지였다.


과녁이 명확히 정해진 이상, 더 이상 "되겠냐?"는 목소리에 발목 잡히지 않으려 한다. 대신 "해보자"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때로는 과녁에서 멀리 벗어날 수도, 때로는 전혀 엉뚱한 곳으로 화살이 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심이라는 과녁을 향해 자세를 정확히 하고, 호흡을 가다듬고, 시위를 뒤로 당기며 꾸준히 활시위를 당기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과녁에 맞히지 않을 수 없는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는 그동안 과녁을 제대로 맞히지 않으면 모든 노력이 헛수고라고 여겼다. 하지만 과녁의 한복판을 맞히는 것만이 내가 지향해야 할 목표가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믿는 방향을 향해 우직하게 믿고 과정 하나하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내가 진정으로 지향해야 하는 목표였다.


되겠냐고? 될 때까지 해보면 알게 되겠지

진심은 완벽함이 아니다. 그저 끊임없는 시도이며, 내 마음을 온전히 담은 발걸음이다. 진심은 절대무결의 논리가 아니다. 어쩌면 신앙과도 같을 믿음이다. 내가 온 마음을 다해 최선을 다하면, 그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과 때가 반드시 온다는 믿음이다. 이제 나는 그 걸음을 다시 시작하며 더 이상 내면의 검열관의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과녁을 향해, 한 발 한 발 묵묵히 나아갈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이 절대 쉽지는 않겠지만, 천천히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내가 걸어온 길이 곧 나를 지탱하는 뿌리가 되어줄 것이다. 때로는 기대보다도 더디게 가는 것 같아 불안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진심의 힘'을 믿게 한 오늘의 이 기억 하나면 충분하다.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나의 좋은 동료들과 계속 진심의 불씨를 나누겠다. 이제부터 내게 중요한 것은 길을 걷는 동안 내 안의 믿음과 끈기를 키우는 일이다.


나는 이제 안다. 과녁의 중심에 화살을 맞히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결실이 아닌, 작고도 묵직한 진심 어린 노력들이 켜켜이 쌓여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지금은 아직 너무도 작아 보일 수도 있는 과정 하나하나는 결코 헛되지 않다. 그 과정들이 우리에게 천사를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진심의 과정에 만나는 천사들을 기억한다면, 나와 같은 길을 걷는 누군가에게도 작은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제 내게 필요한 것은 차분히 하나하나 동작을 이행하며 꾸준히 시위를 당기고, 나만의 과녁을 향해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용기 그리고 진심이다. Doubt(의심) 대신 Do(행동)으로 앞날을 가득 채워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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