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도 지나간다
24년이 '정말 빠르다'고 느꼈다면, 25년은 말 그대로 '휩쓸려갔다'. 단순히 정신 차릴 틈이 없어진 것뿐만 아니라 출산 이후로 인생의 패턴자체가 완전히 바뀌었다. 25년 3월 우리 부부의 인생에 완전히 새로운 챕터를 열어준 사랑스러운 아기가 태어났고, 그 뒤로 모든 게 다 변했다.
별처럼 빛나는 아이가 태어났다
25년 3월, 드디어 기다리던 아이가 태어났다. 막상 아이가 막 태어났을 때는 정말 내가 아빠가 된 건지 실감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조용히 잠들어 있는 아이를 내 품 안에 가만히 안고 있을 때면, 꼬물거리는 아이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을 때면 이제 정말 새로운 세상이 열렸구나를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 부부는 이 아이에게 어떤 세상을 선물해 줄 수 있을까, 이 아이에게 우리가 믿는 소중한 가치 중에 꼭 한 가지를 놓치지 않게 선물한다면 어떤 가치를 선물해야 할까, 우리는 어떤 부모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배냇짓을 하며 웃던 모습, 아이가 처음 스스로 몸을 뒤집던 날, 아이가 조금씩 배를 밀며 기어 다니기 시작한 날, 아이가 두 발로 일어서던날, 발걸음을 떼던 날. 모든 날, 모든 순간이 행복으로 가득 차는 순간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부터는 가슴 벅찬 행복감으로 일상이 가득 차게 됐다.
가슴 벅찬 행복감만큼이나, 우리의 일상도 완전히 바뀌었다. 나야 일 한다고 한 끼 정도는 쉬이 거르기 일쑤였지만, 아이 밥은 거를 수 없었다. 나야 바쁘면 화장실 조금 참거나 나중에 가도 됐지만, 아이 기저귀는 제때 갈아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야 일이 있으면 잠도 줄여가며 일을 했지만, 아이는 행여 깰까 봐 모든 것들을 신경 쓰기 됐다. 화장실도 아무때나 마음대로 가기 어렵고, 새벽에도 아이가 울면 용수철처럼 튀어 나가야 하는 삶이 시작되었다.
이제 나의 일상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작은 생명의 일상도 함께 돌봐야 하는 순간이 왔다. 여행도, 외식도 이제 마음대로 쉽게 할 수 없어졌다. 가끔은 육아의 짐이 너무나 무겁고 버티기 힘든 순간이 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열심히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거의 대부분의 육아 선배들이 '그때가 편한 거야'라고 한 걸 보면 앞길이 쉽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잘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 가족은 길을 잘 찾아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여전히 처맞고 있지만, 그래도 한 발씩 나아간다
더쌀063은 숱한 시행착오 속에서도 제 길을 찾아가고 있다. 초기에는 물량소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했는데, 이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마케팅을 전개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조금씩 감을 잡기 시작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정말 작은 목표부터 조금씩 조금씩 달성하기로 목표했고 다행히도 그 트랙을 따라 조금씩이라도 성장했다.
점점 더 많은 고객분들에게 알려지고, 또 지속해서 찾아주시면서 브랜드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작년 4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 계속 '라이스밀크'라는 키워드에서는 여전히 검색어 1위를 유지하고 있고, 누적 판매 60,000병+, 누적 리뷰 999+, 매출 성장 375%을 달성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쌓이면서 신세계 백화점 본점과 강남점에 입점하고 팝업도 진행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본점에 입점했을 때는 정말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어차피 입점이야 아직 우리 브랜드가 널리 알려져 있진 않으니 폭발적 매출보다는 상징적인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현장에 진열된 우리 제품을 실제로 보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우리 제품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을 봤을 때는 정말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고생했던 것들이 모여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으면서도, 또 더욱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다. 겉으로 보이는 성과는 일면 화려했지만, 사실 내 속은 조금씩 겁쟁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잃을 것이 없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지켜야 할 것들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올해 큰 수확 중 하나는 네이버 라운드업 리그다. 라운드업 리그를 통해 만난 대표님들 덕분에 비즈니스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 브랜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점검하고 생각할 수 있었다. 특히 널담 진해수 대표님과의 만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올 초부터 SKU확장, 아이템 확장 등 넥스트 스텝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해왔는데, 고민만 계속하고 아무런 액션을 하지 못했다. 뼈아픈 경험 때문에 실패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다 보니 고민만 하다가 배포 있게 지르질 못했다. 이건 이래서 어렵고, 저건 저래서 어렵다는 '현실적인' 핑계 뒤에 숨어서 눈앞에 시급한 과제들만 쳐내기 바빴다.
비즈니스를 하는데 쉬운 길이 있을 리 만무하다
항상 따져보자면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될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길을 찾아내는 자세가 되어있어야 한다. '빌 게이츠 딸과 결혼하기'처럼 시작 단계에서는 무모해 보이는 목표일지라도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가고 사업을 진행해 가며 어떻게든 일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원하는 목표를 명확히 해두고 그 목표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볼 것. 너무나 당연한 비즈니스의 원칙이었는데 잊고 있었다. '길은 가면서 만들어진다'라고 말해놓고도, 다시 한 발 떼기를 주저하고 있었다.
아이가 생기고 나니 자꾸 의사 결정의 저 바닥에는 '이 선택이 가족과 나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진 않을까?'라는 생각이 자리했다. 더 깊게는 '나는 정말 이 리스크를 감당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를 스스로에게 채근하며 불안해졌다. 결혼 하기 전, 아이를 낳기 전에는 '망하면 그냥 고시원가서 소시지만 먹고 살면 되지 뭐'라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가족이 생기고 나니 명확히 결정하기를 겁 냈다. 이 결정의 무게가 너무나 무겁게 느껴져 자꾸 피하려고만 했다.
어쩌면 당장은 리턴이 작아 보이는 오늘의 결정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보상의 수레바퀴를 더 크게 만들어주는 의사결정들일지도 모른다. 현실적인 고민과 제약 앞에서, 단기적인 보상을 포기하기는 정말 쉽지 않지만, 그 결정들을 내리고 보상의 수레바퀴의 크기를 키워가는 게 사업가로서의 그릇이라고 느껴졌다. 현실에 급급해서 내 그릇을 작게 만들지 말자.
좋은 브랜드는 좋은 사람이 만든다.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브랜드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만든다. 더쌀063을 시작하고 1년 반정도를 보내며 지표가 어떻느니, 매체가 어떻느니, 자잘한 지식은 늘었을지 몰라도 사업의 본질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헛똑똑이다. 라운드업 리글 하며, 널담 진해수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스스로 빠져있던 허명을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됐다. 내가 허명을 깨고 나올 수 있을지 없을지는 이제 온전히 나의 몫이다.
어깨가 무겁다. 숙제가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
올해 읽은 책마다 인상 깊었던 구절은 나 스스로를 믿어주라는 메시지였다. '데뷔의 순간'에서 류승완 감독님의 '챔피언은 잘 때리는 사람이 아니라 잘 맞는 사람'이라는 말, '재능이 있고 없고 가 중요한 게 아니고 스스로 있다고 생각하는 '믿음''이 중요하다는 말을 해주었고 박찬욱 감독님의 '자기가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할 것 같은 착각이라도 하며' 버티라던 그 말을 해주었다. 결국 '스스로를 믿지 못하면 아무도 자신을 믿지 못한다'
매거진 B를 만들어온 조수용 대표는 '어차피 제로 상태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잃을 게 없다는 정신, 똘끼 같은 게'있다고 했다. 아직 별 것 가진 것도 없는데, 나는 벌써 잃을 것들을 걱정한다. 가족이 생기고, 책임져야 할 것들이 늘어나며 부담도 늘어나지만,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온 마음과 힘을 다해 나 스스로를 믿고 '배때지 크게' 질러야 할 이유가 있다.
아이를 키우며 아이로부터 배우게 된 한 가지가 있다. 아이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마음 먹은대로 제대로 뒤집어지지 않아도 절대 뒤집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결국 뒤집고 나면, 어떻게든 걸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넘어지고 깨지고 다쳐도 그래도 결국 또 일어서서 걷는다.
걷는게 너무나 당연해져버린 우리는 그 과정을 잊고 산다. 하지만, 결코 아이에게 걷기는 쉬운 과제가 아니다. 끝없이 시도해서 얻어낸 처절한 성과다. 아이는 수만 번 넘어지면서도 다음에 넘어질까 고민하지 않는다. 그저 본능적으로 일어설 뿐이다. 아이에게 걷는 것이 처절한 성과라면, 나에게 사업 또한 그래야 한다.
올해도 이 말 참 많이 했다. '인생 뭐 하나 쉬운 게 없네'. 하지만, 그러니까 한번 더 해볼 만한 게 인생이다. 쉽지 않은 것과 불가능하다는 것은 다른 말이니까. 7월의 나는 12월의 나에게 편지를 쓰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삶이 쉽지 않다면 그건 분명히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는 증거일거야'. 사실 나는 이미 충분히 잘 맞아본 사람이다.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으니 더욱 처절하게 맞을 각오를 하고 맞으면서 전진할 차례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것들을 배운다. 아이에게 주고 싶은 것은 비겁하게 피하는 아빠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을 믿고 도전하는 아빠의 뒷모습이다.
매년 회고를 할 때마다 '12월 31일이 1월 1일이 되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한다고해서 딱히 내 일상이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는 느낌이 다르다. 참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올해는 25년을 보내고 26년 새로울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도 뭐 하나 쉬운 건 없겠지만, 스스로를 믿어주자. 그리고 다시 한번 배때지 크게 해 보자.
우리는 앞길이 무지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