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 줄 평 : 대기업병을 넘어 무지 제국을 만든 그 비밀, 최초 공개할게요 ★★★★☆
인상 깊은 책 속 한 구절 : 조직이 거대해질수록 상층부와 현장의 거리는 더 멀어집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실행력이 없는, 머리는 크고 허리와 다리는 약한 조직이 되고 맙니다.
무인양품의 성공 비결, 무지그램(무지막지한 매뉴얼)
이 책은 무인양품의 성공 비결로 구조(= 매뉴얼)를 말한다. 이에 대한 내 첫 반응은 역시나 일본 답다였다. 우리는 일본을 매뉴얼 사회라고 부른다. 세심한 곳 하나하나까지 고려한 매뉴얼을 작성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매뉴얼을 한 치의 오차 없이 그대로 따라주는 것이 일반적으로 일본 사회를 보는 모습이다. 과연 무인양품은 도대체 어떻게 매뉴얼과 구조를 만들었고 구성원들은 어떻게 따라 주었기에 멋지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무림 고수의 비기를 전수받기를 기대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무지그램이 만든 무인양품의 기틀
무인양품의 CEO는 HR 출신답게 성공의 비결을 '구조와 매뉴얼'로 제시했다. 아주 상세한 행동양식 하나하나까지 제시하는 무지그램(MUJIGRAM, 무인양품의 매뉴얼)은 분명하고 즉각적이며 확실한 장점이 존재한다. 감에 의한 경영을 없애고, 직원들의 업무능력을 평준화(대체로 상향), 균질화하기도 한다. 조금 더 큰 관점에서는 수 천명이 넘는 직원들이 함께 공유하는 'MUJI Way'를 제시하여 경영효율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대기업 HR출신의 Matsui사장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구조화의 방식으로 무인양품의 기틀을 마련해왔다고 느꼈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했다. ㅇㅇWay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신입사원 연수에서도 강조하던 것 아니었나? 과연 우리나라 대기업의 ㅇㅇWay와 무지그램간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그 결정적 차이가 디테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ㅇㅇWay는 '기업은 안정과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루어 영구히 존속, 발전하여야 한다'와 같은 원론적인 경영철학 단계의 굵직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무지그램은 무인양품 매장 운영에 관한 모든 규칙을 아주 실천적이고 디테일하게 담아낸 책이다. 실제로 MUJIGRAM의 내용은 상품 전시와 같은 기본적인 내용부터 고객의 컴플레인 대응 시 대사까지 아주 자세한 내용을 다룬다. 13권, 2,000장의 어마어마한 분량을 자랑하며,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동일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그 목적을 달성해내고 있다.
무지란 브랜드, 역시 어마무지한 브랜드였어!
매뉴얼은 균질화라는 아주 강력한 장점이 있지만 유연하지 못함이나 창의성 없음이라는 단점을 피해가기
어렵다. 그렇다면 무지 또한 딱딱하기만 한 회사일까? 잘 알다시피 무지가 쌓아온 브랜드는 딱딱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그들의 철학과 '브랜드는 없지만 품질이 좋은 상품'이라는 그들의 브랜드 전략은 이제 많은 이들이 이해하고 있다. 담백하고 간결한 그들의 제품은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무인양품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무지는 단순히 여기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무지호텔, 무지북스 등 다양한 프로젝트로 그들만의 독특한 브랜드 작업을 계속 진행해가고 있다. 이런 작업들이 언뜻 보면 브랜드 없는 질 좋은 제품(무인양품)을 판매하는 리테일러로서의 그들의 역할과는 동떨어져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무지호텔이나 무지북스는 결국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그들의 브랜드 철학을 확산시키는 전략의 일환이다.
안정적인 무지그램 위에서 피어나는 크리에이티브 무지
지금까지 무인양품의 성적표는 아주 우수하다. 매출액,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등 재무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왔다. 이런 아름다운 재무성과는 앞서 알아본 탄탄한 브랜드 자산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매뉴얼 중심의 회사, 딱딱하기만 하고 융통성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회사가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크리에이티브 브랜드 자산을 쌓을 수 있었을까. 무인양품은 매뉴얼에 의해 발목을 잡히기보다 매뉴얼이 그들의 브랜드에 날개를 달 수 있도록 단단한 기반이 되게 만들었다. 무지그램이 만든 절대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오퍼레이션의 지원을 토대로 본인들의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통해 그들만의 독특한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라고 생각하지만... 브랜딩 작업을 하는 팀에도 A to Z까지 세세히 다룬 매뉴얼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 책을 통해 무지제국의 비밀을 조금은 알게됐다.
더불어, 우리는 과연 몇 %가 구조여야할까에 대한 고민과 함께
무인양품을 더 알고 싶어 지게 한 첫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