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나의 한 줄 평 : 어떻게 잘 살까를 넘어 어떻게 잘 죽을까 ★★★★☆
(책의 하이라이트는 뒷부분이므로 앞부분이 지루하다면 빠르게 건너뛰기를 추천합니다)
인상 깊은 책 속 한 구절 : 죽음은 광대한 경험의 영역이다. 나는 힘이 닿는 한 열심히, 충만하게 살아왔으므로 기쁘고 희망에 차서 간다.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
사실 '죽음'은 내게 가까운 단어가 아니었다. 아직까지도 나는 가족 구성원이나 가까운 친구 중 한 명의 죽음도 경험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갑작스러운 가족의 암 진단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사건들은 결국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는 절대적인 명제가 언제나 내게 닥칠 수 있다는 걸 상기시켜 줬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새 죽음의 그림자는 서서히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떻게 잘 살지에 대한 고민만 열심히 해왔던 내게 새로운 질문이 생겼다.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 신문기사로나 봤던, Well-being만큼이나 주목받던 Well-dying이 내 이야기가 되고 있었다. 직장인인 이상은 은퇴준비가 필수이듯 사람인 이상 언젠가 반드시 죽을 운명이기에 웰다잉은 이제 반드시 준비해야 할 주문이다.
내 삶의 중심이 잡혀있어야 잘 죽을 수 있다
이 책은 스콧 니어링의 배우자 헬렌 니어링이 스콧 니어링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해서 쓴 책이다.(그런 의미에서 초반부의 본인 연애사는 굳이 필요 없는 분량이라고 생각한다) 스콧 니어링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며 어떻게 죽고 싶은지를 말했다. 나름의 '니어링 존엄사 선언'인 셈이다. 책 전반에 나오는 스콧 니어링의 주체적이고 의연한 삶의 궤적을 함께 지켜봤다면 그의 존엄사 선언이 그다지 이질감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그가 삶아온 모습이 말하듯 아주 천천히 그리고 의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그의 모습은 헬렌의 말처럼 '훌륭한 죽음'이었다. 헬렌은 그의 남편이 순간순간 최선의 삶을 살았고 평온하게 죽었다고 한다. 마치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의 그 모습처럼. 어떤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인간으로서 본인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실천에 옮겼고 의연하게 그 끝을 맞이했다.
3시간 뒤 죽어도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이 잘 죽는 삶이다
어느 날 갑자기 저녁 9시쯤 저승사자가 내게 다가와 '3시간 뒤에 넌 죽는다'라고 말해도 크게 아쉽지 않은 그런 삶이면 잘 죽는 삶이라고 생각한다.(왜 하필 9시냐 물으신다면 이 글을 쓰던 시각이 9시라서....) 물론 남은 3시간 이내에 내 삶에 해보고 싶던 모든 것을 해 볼 수는 없겠지만, '갑작스럽게 죽게 되긴 해도 오늘 하루,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그리 후회스럽지는 않았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충분하리라.
잘 보낸 하루가 행복한 잠을 가져오듯이, 잘 보낸 삶은 행복한 죽음을 가져온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죽기 직전 내가 보내온 인생을 스스로 자평할 때 '이 정도면 괜찮았다'라고 할 수 있다면 언제 죽어도 좋은 삶이다. 결국 아름다운 죽음은 아름다운 삶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아직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기 쉽지 않았는데 니어링의 삶과 그의 죽음을 따라가며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삶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나름의 답을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더불어 죽음과 관련하여 제가 제일 좋아하는 Quote하나 공유합니다.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면 ‘나는 금방 죽는다’고 서너 번 되뇐다. 그러면 적어도 얼마만큼은 덜 쩨쩨해진다. 좌고우면 하지 않고 나 살고 싶은 대로 살자 하는 마음이 된다.
-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