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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욱 Oct 05. 2018

디자인이란 컵과 접시 사이에서 본인만의 해답을 내는 것

디자인의 디자인

나의 한 줄 평 :   ★★★★☆ 마, 이게 진짜 디자인이다!

인상 깊은 책 속 한 구절 : 점층적으로 약간씩 모양이 변하는 그 용기들 중에서, 어디부터가 컵이고 어디부터가 접시인지? 그 경계를 정하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 것인가?


어디부터가 컵이고 어디부터가 접시인가?

올해 읽은 문장 중 가장 울림이 깊은 문장이었다.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나 같은 디자인 문외한은 디자인이라고 하면 뭔가 비싼 것, 뭔가 좋아 보이는 것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며 사실 디자인이란 컵에서 접시까지 미묘한 정도로 조금씩 깊이가 다른 수많은 무언가 중 나만의 것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는 걸 알았다. 그 과정에서 단순히 시각적인 형태나 색상에 대한 고민뿐 아니라 질감이나 결과물이 가지는 맥락 등 다양한 요소들을 모두 고려해야 함을 이제야 알았다. 어쩌면 디자인이란 단순히 포장지를 이쁘게 만들어내는 작업이 아니라 수많은 선택지 중 나만의 답을 내리는 철학적인 작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라 켄야가 내린 답, 하라 켄야의 디자인

이 책에는 하라 켄야가 작업한 무인양품에서부터 리디자인 프로젝트까지 그의 여러 가지 작업물이 실려있다. 내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메다 병원의 사례였다. 하라 켄야는 우메다 병원을 디자인함에 있어서 산부인과 병원이 전달하고 싶은 핵심 가치를 디자인으로 구체화했다. 청결함, 따뜻함이라는 개념을 시각적인 적/백색의 시각디자인뿐만 아니라 천의 질감으로도 녹여냈다. 기존에 디자인이라고 하면 그저 단순히 색상, 구조 같은 단순한 '시각디자인'만 생각하던 내게는 질감의 활용은 큰 충격이었다. 우메다 병원 이외의 다른 여러 하라 켄야의 디자인을 따라가며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조금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산부인과 병원의 핵심 가치를 표현하는 무한대의 선택지 중 그만의 답을 내리고 이를 실현해 내는 것. 그것이 그의 디자인이었다.




우리는 우리만의 답을 내고 있는가

하라켄야(Hara Kenya)

디자인 세계에 최고의 디자인에 대한 정답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심지어 그것이 디자이너가 선망하는 디자이너인 하라 켄야의 작업물이라 할 지라도 정답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컵과 그릇 사이 애매한 무언가를 보며 누군가는 컵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접시라고 부를 수도 있다. 어떻게 불리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켄야가 했던 디자인들처럼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본인만의 디자인으로 이를 구현해낸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라고 생각한다.(물론 팔리는 디자인이냐 아니냐는 또 다른 문제이겠지만) 우리의 인생 각각이 가치를 가지는 것처럼, 우리가 고민해서 낸 각자의 대답이 디자인으로 표현된 것은 각각 그 나름대로 의미를 가질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각자 컵과 그릇 사이의 수많은 무언가 중에 하나일 것이다. 어쩌면 그 사이에서 무엇으로 결정된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그 스펙트럼 사이에서 이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형태와 질감, 맥락 면면을 유심히 살피고 공유하며 우리 모두 각각이 조금 더 나은 컵과 그릇 사이의 무언가로 발전하며 우리 스스로를 re-design 히며 우리만의 대답을 외쳐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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