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안해요, 리키’의 원제는 ‘Sorry we missed you’이다. 미안해요 우리가 당신을 놓쳤군요, 잊어버렸군요, 신경 안썼군요 정도일 것이다. 우리말 제목을 보면 미안해요 까지는 직역이고, 리키 부터는 의역이다. 잘 풀었다고 본다.
아주 짧은 찰나지만 울림이 있어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일이 이리 꼬이고 저리 꼬이는 주인공이 그다지 답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같은 동료에게 묻는다. “어떡해야 하지?”. 살면서 결국 나도 "어떡해야 하지?"만 되뇌이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내고 있는 주인공 리키. 그러나 세상은 그를 항상 꺾어 놓는다. 그래도 그는 또 일어난다. 화를 내고 고함도 지르고 욕도 하지만 결국은 자신을 억누르고 힘든 일터로 돌아간다. 그의 어깨에 내려앉은 가족을 향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이놈의 집구석 내가 다 불싸질러 버릴란다.'라고 막장으로 가지 않는다. 요즘 그냥 어떻게 해 버리자는 사람들이 많다. 누구를 끌어내려 버리자, 어디에 핵폭탄을 쏴 버리자 등등 쏟아내는 저주의 말잔치를 보면서 그들이 그 일들에 어떤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찌질한 가장 증후군'이란 증상이 있다. 이름은 내가 지었다. 애가 맞고 오면 때린 애를 응징해야 아버지고, 부인이 모욕을 당하면 모욕준 사람을 패줘야 남편이고, 도둑이 들면 도둑을 잡아 족쳐야 가장이고, 자기가 가산을 탕진했으면 자기 탓을 해야 당연하건만 찌질한 가장들은 이러나 저러나 애먼 부인과 자식들에게 화를 푼다. 안풀리는 일의 분풀이를 항상 손쉽고 저항이 없는 가족에게 하는 것이다. 자신의 초가집에 불이 나면 불을 끌 생각을 않고 분풀이할 대상을 찾는다. 옆집 부엌에서 불씨가 날라 왔는데 애꿎은 식구들을 두들겨 팬다. 밖에서는 찍소리도 못 하고 말이다. 우리는 역대로 좀 그런 기질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조선시대 환향녀이고 근대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다.
베트남은 그간 강력하게 시행하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소 완화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이 I Missed You를 외치며 뛰쳐나올 기세다. 베트남에서 한 한국인 여자가 유명해진 일이 있었는데, 다낭에 영어학원을 차려놓고 학생들에게 성경을 나눠주고 신천지 포교활동을 한 혐의로 베트남 공안의 조사를 받은 사건이었다. 우한에도 그런 데가 있었을 것 같다. 베트남은 종교활동은 인정해 주지만 포교 활동은 금지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아니니까 제발 왜 그렇냐고 묻고 따지지를 마시라.
우리나라는 많은 비중의 사람들이 소위 대학졸업장을 따려고 시간과 돈을 엄청 쏟아붓는다. 그럴려면 수학, 국어, 과학, 영어, 역사, 윤리 이런 걸 심도있게 배워서 높은 시험점수를 받아야 하는데 그런 스펙을 가진 또 수많은 사람들이 중2병 닭살멘트같은 말을 늘어놓는 교주라는 '사람'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종교는 '신'과 연관된 정신활동이 아니었던가? '신종코로나 확산에도 전세계 64개국·3만명 통일교 합동결혼식 개최(2.7 신문기사)'도 있던데 난 이 부류의 사람들이 참 싫다.
"참 다행스러운 게 일단은 제가 슈퍼 전파자라는 누명을 쓰든 어쨌든 저 때문에 많은 사람이 생명을 건질 수 있잖아요” 31번 확진자 인터뷰 내용이다. 논조의 일관성으로 보아 그 집단에서 조직적 대응을 위해 만든 큰그림 안에서 지령을 받고 한 말로 유추된다. 저 여자는 저렇게 자기 인생 전체를 저곳에 저당잡혀서 조종당하고 있다. 자유롭고 평화롭고 행복한 삶이 종교가 추구하는 선이 아니던가? 나는 저 여자가 자신의 주장과 달리 한국 종교개혁의 불씨가 얼떨결에 되었다고 후세에 평가받으면 좋겠다.
기업이나 가계는 활동을 멈추게 되면 경제적인 타격을 받는다. 즉, 돈을 벌지 못하게 되므로 먹고 사는 문제가 생긴다는 얘기다. 이는 장사를 하는 사람, 일용직 노동을 하는 사람, 편의점 판매원을 하는 사람 등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 종교나 정치 관련 집회를 못 하게 되는 것이 앞에서 말한 경제적이고 금전적인 일들, 즉 밥벌이와 같은 것인가? 코로나19 확산이 한참이던 때 대형교회 66% 주말예배 강행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뒤늦게 속속 취소한다고 발표했지만 또 어떤 목사는 그러면 원리에 어긋난다고 일요일에 모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이면 바이러스 전파되니까 모이지 말자는 것이 기본 취지이고, 먹고 사는 차원의 중대한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임시폐쇄 등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인데 이 무슨 짓이란 말인가? 혹시 상식과 다르게 종교에 금전적인 무엇이 깔려 있는가? '마귀의 소행', '집회 참석자는 있는 병도 낫는다.', '정치적으로 특정세력을 고립시키려는 계략', '병에 걸려도 이것이 애국', '예배 안드려 코로나19 저주', '백성을 위해 기도하는 다윗 왕 같은 대통령이 없어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맞았다' 등등 군중 앞에 선 자들이 쏟아내는 조현병 환자의 헛소리보다 덜 논리적인 말들에서 최근 어떤 영화에서 나왔던 사후 지옥 아수라의 모습과 지금 여기 모습이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종교의 개혁없이 나라의 미래가 없어 보인다. 한국의 종교들은 너무 절대적이고, 너무 다양하고, 너무 크고, 너무 돈이 많고, 너무 의지하고, 너무 뭉친다. 그래서 너무 거짓말이다.
메르스 때와 우리가 달라진 점은 없다. 여당과 야당이 있고 정부가 있고 행정이 있고 질병관리본부가 있고 의료가 있고 국민인 우리가 있다. 여야당의 교대근무가 가능할지언정 이 모습 그대로가 대한민국이다. 코로나19도 앞에 나온 누구 하나가 이기는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 자체가 이겨야 한다. 여야는 그렇게 친숙한 모습으로 서로 싸우고 비난해야 하겠다. 그것이 그들의 직업이니까. 그러나 분명해 보이는 것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 일들은 일체 쓰잘데기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쫓으며 무리지어 싸우는 일부 국민들과 우상에 빠져 통제와 보호를 위험하게 피해다니며 악의 씨를 퍼트리는 일부 국민들이 있다는 것은 답답한 일이다.
공중화장실에 좌변기가 처음 도입 되었을 때 변기 위에 쪼그려 앉고, 뚜껑을 부수고, 물 안 내리고, 막히는 물건 집어넣고 해서 쓸 수가 없었다. 지금은 그런 일들이 줄고 전보다 훨씬 편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의 생각이 그 세월동안 바뀐 것이다. 깨우치고 알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대한민국 국민소득 3만불 잘 갖춰진 의료 시스템 하에 어떤 지역에서 방역구멍이 뚫렸다. 그 구멍은 누가 냈을까? 그 좌변기는 누가 막히게 했을까? 이것이 화장실 안에 몰래카메라를 달아 뭘 집어넣는지 살피지 않은 청소아주머니 탓인가? 기어이 어떤 자들은 숨어서 그짓을 하고 만다. 그리고 전국의 화장실도 막히게 된 것이다. 쓰는 자의 인식수준에 따라 좌변기가 과분한 상황이 있는 것이다. 본인이 자가격리대상자라고 밝힌 자들이 태연하게 은행창구에 온다고 하소연하는 동료가 있다. 기어이 어떤 자들은 이러고 마는 것이다.
매우 충분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간 구축해온 의료 기술과 인력, 그리고 국력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시대를 걸쳐 항상 필요한 때 발현된 시민의식이 있었고, 또 누군가 자신을 희생하며 필요한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애초부터 중국을 막았어야 한다는데 대해서 갖은 비난이 있었지만 우리의 사정을 좀 보자. 우리는 1위 교역국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무역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 높다. 다른 말로 내수가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닫아도 조족지혈이고 우리는 닫으면 참 어려워지는 그런 상황이다. 생각없이 후다닥 닫아버렸다면 사드보복조치에 힘들었던 사람들처럼 우리는 또 힘들 수 있다. 찌질한 가장 증후군을 인용하자면 그렇게 분하면 중국에 직접 항의하시길 나는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덩치도 크고 곳간도 넉넉하고 식구도 많고 세상 등진 형제도 없는 이웃 집안들과 고개 쳐들고 꿀리지 않으며 지내기가 우리는 항상 힘겨웠다. 그래서 시대마다 아예 이웃집에 빌붙어 사는 무리들이 있었다. 구한말 COREE라는 물고기를 두고 러시아, 중국, 일본 사람이 낚시를 하는 풍자화가 있다. 진화론에 따르자면 인류는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순으로 진화하여 그 중에도 영장류로 진입하는데 성공한 족속 중 일부가 지금의 사람꼴을 갖춘 것이다. 하지만 그때부터 낚시하던 ‘사람’이었던 자들과 그때는 ‘물고기’였던 자의 차이는 솔직히 꽤나 큰 체질적 열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이 궁박과 불우를 이기고 주권이란 족보를 지키며 우리는 버티고 있다. 여기에 공감하고 함께 애쓰는 것이 우리 동포들이 할 일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제일 꼴사나운 것이 집안싸움인데 그걸 부끄러운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저 멀리 태평양 건너에 있는 나라에 족보를 아예 갖다바치자고 깃발을 흔드는 사람도 있어서 본인들이 주장하는 우리나라 부정선거 의혹을 그 먼 나라에 청원했다고 한다.
아무것도 변한 건 없고, 우리는 신종 바이러스와 한판 맞붙고 있다. 대한민국 화이팅이다. 우리나라 만세다.